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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망산-동석산 일출산행(`09.1.1, 전남 진도군 소재)

산마루금 2013. 7. 9. 11:18

남망산(164m)-동석산(240m) 연계 일출산행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매일 뜨고 날마다 바라보는 태양이건만 연말연시만 되면 왠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게 해돋이다. 어둠을 뚫고 솟아나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 동안 얽히고설킨 묵은 감정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밝은 태양을 닮은 여유로운 마음을 꿈꾸어보자.

 

산행일 : '09.1.1(목)

함께한 산악회 : 장미산악회

 

 

주차장 옆 부두의 창고...아직도 어둠이 짙은데 수품항의 주민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하기만 하다. 안내에서 부터 떡국 대접까지(안내해 주시는 주민들의 모습은 등산로 곳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 자기 동네을 찾은 손님을 따뜻이 맞아주는 인심이 정겹기 그지없다.  

 

 

하두 많은 양을 끓이다보니 떡국이 많이 불어있다. 그러나 조금 불어 있으면 어떠랴~  담아주는 그릇마다 듬뿍듬뿍 넣어 보내는 주민들의 정겨운 인심은 풀어진 떡의 쫄깃함보다 더 감칠맛이 나는 걸... 

 

 

남망산(164m)

 

소재지 : 전남 진도군 의신면 접도

 

특징 : 산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자그마한 산, 그렇다고 산세가 도드라진 것도 아니나, 코스가 짧고 망망대해를 마주하고 있어서 일출산행에 알맞다.

 

산행 들머리는 주자창 창고 맞은 편 골목

딸깍! 헤드랜턴을 켜자 화들짝 놀란 어둠이 황급히 피하면서 빛의 길이 생긴다. 하늘에서 간간히 내려주는 눈꽃들이 랜턴 불빛따라 춤을 추고 있다. 이른 7시, 남망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수품항을 출발한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뺨을 때리고, 비릿한 바다 내음이 막힌 코를 뚫는다.

  

 

수품항 뒤쪽의 산자락을 휘감아 오른 뒤 능선에 서면 일출봉 130m, 아홉봉 880m 이정표가 나온다

일출봉 방향으로 잠시 가면 앞이 확 트인 바다가 열린다. 체력이 약하신 분들이 찾는 이곳은 애기밴바위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만난 이정표는 두개,, 첫번째인 이곳은 아홉봉까지 880m, 두번째 만나는 것은 550m... 800, 500으로 끊지 않고 같은 숫자를 연이은 주민들의 재치가 느껴져 한층 정겹게 다가온다.  

 

 

렌턴의 불빛에 의지해 도착한 아홉봉... 아직 해가 떠오르기엔 이른 때문인지  사위는 어스름하다.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시간을 모아보니 어느덧 1년이다. 절망과 고난이 많았던 한 해였던 만큼 기대와 희망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사실 어두운 경기전망 때문에 어려움만 쌓여가는 이 시기에 새해 일출만큼 희망과 용기를 불러 주는 매체도 없을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기 20여분.... 희미한 여명만 보여준 채, 새해 일출은 내년을 기약하라며, 하늘에선 점점이 하얀 눈을 내려주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사람은 새해 아침에 일출을 보기 위해 높은 산이나 바다로 가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자신이 바라는 소원을 빌거나,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함성을 토하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새로운 일을 하거나 각오를 다질 때 또는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할 때 어디론가 간다. 그러나, 반드시 멀리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기 소원을 빌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을 것이니까...

 

 

 

 

다들 실망스럽기는 매 한가지인 듯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꼭 해가 떠 올라만 새해의 의미가 있으랴, 여명이 밝아 오는 곳을 향하여 우리가족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본다

 

 

 

힘차게 달려온 우리내 인생, 혹시 등이 떠밀려 죽지 않기 위해서 무작정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가끔은 자신의 건강을 살펴보고 가족과의 관계도 되돌아보자. 소원하게 지냈던 친구와도 연락해보자. 떠밀려온 삶을 살아서야 되겠는가.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것처럼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부드럽고 푹신푹신하다.

 

 

남망산은 조그마한 산이지만 숲이 울창하다. 등산로 주변은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난대 상록수들 덕분에 한 여름철..., 춘란도 많이 나는 곳인지 등산로 주변에 캐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애기밴바위의 몽필생화(?) 

애기밴바위는 암반의 형태가 임산부를 닮았다는데, 아무리 머리를 짜내봐도 내 눈엔 아니올시다. 자연은 품을 수 있는 자만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난 멀었나보다. 아무튼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 풍광이 빼어나다. 또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볼만하다. 특히 전면에 보이는 바위위의 소나무는 중국의 황산에서 본 몽필생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황산은 소나무가 죽은 뒤, 인조목으로 대체했다니 차라리 이곳의 소나무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애기밴바위에서 바라본 아홉봉

주변 섬의 아홉 개 봉우리가 보이는 전망대로, 넓은 너럭바위가 형성돼 있다. 삼면이 바다를 접해서 조망이 좋다. 맞은편이 해남의 송지면 그 끄트머리에 땅끝마을이 있으나, 날씨가 흐린 탓에 그저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하루에 한번씩 이곳에 들른다는 현지 주민의 말씀이 날씨가 좋으면 멀리 추자도 뒤로 한라산까지 보인단다. 이곳이 남망산에서 일출이 제일 좋은 곳이다. 앞바다에 떠 있는 부표를 보니 만일 햇빛이 났다면 반짝이는 양식장 풍경이 참 아름다웠을 터인데 아쉽다.

 

   

 

 

즐겁기보다는 어렵고 힘든 연말이다. 합창이 사라진 이 시대에 서로의 손을 잡고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가사를 꺼내 합창을 해보자. 맞잡은 손길에서 함께 있다는 따뜻한 느낌이 전달될 것이다.

 

 

남망산에서 바라본 수품항

태양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떠오르지만 왜 유독 이날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잊고 싶은 기억은 묻어버리고, 기대와 희망만을 간직한 채 새롭게 한해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은 아닐런지...

 

 

 

수품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일출산행의 의미는 떠오르는 해를 품은 가슴에다 더하여, 웅장한 산의 기운까지 한꺼번에 느껴보는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크기와 강약은 다르겠지만, 그건 아마 단전을 감싸주는 맑고 따뜻한 기운일 것이다.

 

 

 

해를 못본 아쉬움을 달래며 되돌아 온 수품항엔 주민들과 해맞이 길손들이 함께 어울려 신나는 춤판을 벌이고 있다

 연말이 되면 올해가 우리 곁은 떠나가고 사람들도 떠나간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자.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힘은 동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수품항을 찾아 온 일출맞이 행렬 들...

검푸르게 잠든 산하. 그 위로 용솟음치는 붉은 태양... 새해 첫 아침, 올해도 어김없이 장엄한 해돋이 장면을 감상하기 위해 멀리 진도의 남망산까지 찾아왔건만 햇님은 눈보라에 쌓여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년에 다시 찾아오라며...  

 

 

 동석산 (240m)

위치 : 전남 진도군 지산면

특징 : 산 자체가 성곽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비록 고도는 높지 않으나 전국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한다.

 

 

산행들머리인 천종사 

등산로는 천종사를 우측에 끼고 완만한 경사로 시작된다. 폐침목을 바닥에 깐 길이 끝날 즈음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그 밑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토끼 귀 모양의 암봉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석불좌상이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나온다. 잠깐 합장이라도 해보려고 들러봤지만 두어 사람이 웅크리고 앉을만하게 움푹 파여진 곳은 텅 비어있다.  되돌아 나와 조금 더 오르면 능선에 다다르게 된다. 왼편은 정상, 오른편은 전망대로 향하는데, 철제난간을 잡고 오른편 전망대에 올라서면 널다란 봉암저수지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정상(이정표 두 곳을 조합해보면 전망바위 맞은편 2봉이 정상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은 위험하여 우회... 로프를 잡고 내려서 칼날능선 앞에 서니 눈보라를 안은 세찬 바람 때문에 몸의 중심잡기 조차 힘들 정도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능선에 올라서는데, 집사람의 눈초리가 심상찮다. 하긴 이 눈보라에 위험을 자초하는 내가 미울만도 할 것이다 

 

 

 

잘 정비된 들판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이고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망졸망한 산들 몇 개가 육지를 바다 삼아, 마치 바다 속에 떠 있는 섬같이 보여 이채롭다.  

 

 

칼날능선(3봉과 4봉 사이에 또 하나의 칼날능선이 있다)은 좌우로 수십미터의 바위벼랑위로 아슬아슬하게 길이 나 있다.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발밑이 수십미터 낭떠러지니 무서울 밖에... 가뜩이나 추운날씨에다 두려움이 겹치니, 더욱 온몸을 움츠러지게 만든다.  

 

 

3봉을 오르는 능선은 크게 어려움 없다. 로프나 쇠고리 등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어, 그저 짜릿한 릿지 맛만 느껴보면 된다. 오른쪽 절벽 아래로는 천종사가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눈보라에 포위당한 4봉

저곳을 가려면 칼날능선을 지나야하는데, 오늘 같이 눈보라가 세찬 날은 사실 불가능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는데 서운한 마음에 발길이 무겁다. 자연이 빚은 천혜의 요새라 일컫는 칼날능선... 자연을 느끼고 자연을 즐기는 것도 간이 약한 사람은 만만찮은 일인가 보다.  

 

 

 

칼등성이를 지나면 스님의 장삼자락을 늘어뜨린 것과 같은 커다란 바위봉(3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다행이 볼트에 굴렁쇠 고리가 지그재그로 암벽에 오르는데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바위는 클랙이 잘 발달되어 있어 잡고 오르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만일 날씨가 맑아 9봉 전체를 다 답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설악의 용아릉이 결코 부럽지 않은 아찔한 스릴... 산행의 쾌감은 모험심과 함께 커가기만 할 터이니까 말이다.

 

 

암릉의 한 자락에 서면 남해의 다도해들이 거리감을 뛰어넘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살아오며 덧없이 쌓여온 부질없는 모든 것들과, 미처 삭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울컥 목 메이게 했다가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아~~ 어느새 가슴이 후련해진다.  

 

 

 

역시 여기도 따뜻한 남쪽나라답게 천종사 옆의 밭엔 눈속에서도 대파가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작지만 뛰어난 암릉미를 자랑하고 있는 동석산, 그러나 산세에 비해 뒤떨어지는 등산로... 로프나 난간 등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있지 않아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산행을 할 경우 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많다. 이곳 지자체에서 좀 신경을 써 주시기를 바래본다.

 

 

귀경길에 잠깐 들른, 녹진전망대

진도대교와 울돌목의 조망을 위하여 조성된 전망대, 이곳에서 동쪽으론 어란포와 벽파진, 서쪽으론 목포와 고하도를 어림해 볼 수 있다. 이미 술에 절은 코끝이건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는 진한 갯내음이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주 연하디 연한....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구조물, 진도대교.

전남 해남과 진도를 잇는 길이 484m의 다리... 1984년 완공된 기존의 진도대교 곁에 2006년말 기존 대교와 유사하게 제2교를 건설한 국내 최초의 병렬식 쌍둥이 다리이다.  

 

 

제법 굵은 눈발 사이로 다도해 풍경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수장시킨 명량대첩의 전승지인 울돌목이 아마 저기쯤일 것이다. 조류의 속도를 체크하는 시설이 있는 걸 보면 유속이 제일 세다는 것일 터이니까...

 

 

새해, 지난 해를 뒤돌아보고, 당신이 하는 일이 너무 바빴다면 분석해 보라.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없는지... 그리고 과감히 버려라. 그 일조차 바빠서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답안지를 작성하려고 낑낑대고 있는 수험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비록 일출은 보지 못했으나 여명을 넘어 태양이 있었을테니까 너무 실망하지도 말 것이다. 새해 새로운 날에 순결의 극치인 백설과 함께 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으랴~ 그 새하얀 여백에다 행복을 향한 우리의 설계를 그려나갈 수 있으니까....  새로운 기축년도 화이팅!!!

 

 

출처 : 가을하늘네 뜨락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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