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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얀 바위들이 날아오를 듯 고추 선, 전남 화순의 백아산(`10.5.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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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얀 바위들이 날아오를 듯 고추 선, 전남 화순의 백아산(`10.5.1)

산마루금 2013. 7. 9. 11:17

백아산 (白鵝山, 810m)


산행코스 : 아산목장→마당바위→천불봉→백아산 정상→문바위봉 삼거리→문바위 왕복(3㎞)→문바위봉 삼거리→팔각정→암릉→휴양림(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

산행일 : ‘10. 5. 1(토)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백아산은 전국이 東西南北, 四通八達, 도로가 뻥뻥 뚫린 요즘 같은 시대에도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동떨어짐을 지닌 독특한 산이다.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아 체력에 부담이 없이도 오를 수 있는 산, 거기다 하얀 바위 능선을 실컷 밟을 수 있으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짬을 내어 찾아봐야할 산으로 본다.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서 한국전쟁 중에 빨치산들이 웅거했던 곳이다. 조정래선생의 ‘태백산맥’에 마당바위 등 백아산 일대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  산행들머리는 아산목장

15번국도 상의 북면 어천리 덕고개, 목초지 건너편에 등산로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의 오른편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워밍업을 하라는 배려인지 처음 몇 분 동안은 수월하게 이어지다가, 이정표가 서있는 소나무 숲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숲에 들어서자 서늘한 숲의 정기가 느껴진다  

 

 

 

 ▼  들머리에서 편안한 산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오르면 관광목장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 오른편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등산로는 전형적인 육산, 조금 경사진 오르막길도 나오지만 대체로 마당바위까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볼을 스치는 바람은 오월의 늦은 봄바람이건만 아직 냉기를 품고 있다.

 

 

  

▼  안부의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알맞게 섞인 숲, 오솔길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길 주변의 나뭇잎을 스치면서 훔쳐온 솔향까지 듬뿍 안은 채로 콧가에서 살랑살랑.., 어디를 들렸다왔는지 거기엔 들꽃향기까지도 한 웅큼이다.

 

 

 

▼  관광목장과 만났던 지점에서 다시 30분이 채 못되게 오르다보면 철쭉단지 삼거리, 이정표에 철쭉단지 삼거리라고 적혀있지만 주위의 나무들은 온통 진달래, 올 봄의 이상기온 때문인지 철이 한참 지났는데도 이제야 꽃봉오리를 한껏 열어놓고 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고, 철계단과 바윗길을 100m 정도 오르면 마당바위 위로 올라서게 된다.  

 

 

 

▼  마당바위, 철제사다리를 타고 마당바위에 오르면, 맨 먼저 헬기장으로 조성된 200~300명 정도는 족히 쉴 수 있을 만큼 널따란 마당이 보이고, 그 뒷편에 바위언덕이 보기 좋게 솟아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는 마당바위를 이렇게 표현했었다. ‘그 벼랑바위 사이를 어렵사리 타서 위에 오르면, 거기에 또 하나의 경이가 펼쳐져 있었다. 삼백여 평을 헤아리는 그야말로 넓은 '마당'이 질펀했던 것이다. 그런데 또 무슨 조화인지 바위가 평평해서 된 '바위마당'이 아니고 흙으로 된 '흙마당'이었다. 그리고 바위는 담을 치듯이 가장자리를 따라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넓은 바위가 흙을 담고 있는 격이었다.’ 

 

 

 

▼  마당바위 뒤에 있는 비학봉은 암릉으로 이어지는데, 칼날처럼 날카롭게 솟은 능선은 쉽게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용기를 내서 20m 남짓 나아가보지만, 이내 그만 뒤돌아서고 만다.  마당바위는 사면이 벼랑을 이루고 있어서 이곳에서의 조망은 일품, 우선 발아래는 북면의 마을들이 내려다보이고, 눈을 들면 인근의 무등산은 물론이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장쾌한 산릉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천불봉 능선, 널찍한 평원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봄은 한껏 물이 올랐는데... 어느 봄 깊은 날, 살랑살랑 바람결 따라 흔들다 제풀에 지친 진달래들... 철모르는 진달래로 포위된 오월의 山野, 그리고 群舞를, 난 한눈에 가득 넣고 돌아왔다.

 

 

 

 

▼  마당바위에서 내려와 천불봉 방향으로 잠깐 걸으면 약수터이정표를 만난다. 천불봉 아래 방향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답사는 사양한다. ‘날진’물통에 얼음물도 가득 차 있으니 갈증해소도 불필요... 거기다 진달래 향에라도 취했다면 몰라도, 진달래는 원래 향이 없음이려니..., 

 

 

 

 

 

 

▼  천불봉 아랫도리를 지나다 보면 고갯마루로 오르는 길목에 길을 막고 누워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삶의 애착? 잠깐이나마 숨이 끊어졌다가 중환자실에서 살아있음을 깨달았던 추억이 있는 난, ‘1년, 1달, 아니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 달라며 하느님께 매달렸던 기억을 되살리며 ‘아무리 하찮은 삶일지라도 삶은 존귀한 것’이라는 話頭를 떠 올려본다.   

 

 

▼  천불봉으로 오르려면 이런 모험을 시도해야만 한다.

 

 

 

▼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을 지나다 뒤돌아본 천불봉과 마당바위. 능선에 오밀조밀 늘어선 떨기나무(灌木)들은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바람은 솔솔... 나뭇잎들을 스치며 도란도란, 바위는 어루만지며 소곤소곤,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  등산로는 암릉과 진달래, 그리고 산죽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덕분에 산행은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  산행들머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어야 도달하게 되는 백아산 정상은 그리 크지 않은 암봉, ‘흰 거위들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라는데, 세속에 찌든 내 눈엔 先人들이 느꼈다는 형상이 도대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 정상에는 높이(810m)가 적힌 자그마한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화순에서 제일 높은 모후산이 바로 코 앞에 놓여있다.

 

 

 

 

 

▼  백아산은 동쪽에 백운산, 그 위에 동악산, 서쪽에는 무등산, 남쪽에 조계산과, 북쪽에는 지리산 등 전남의 산들이 두루 보이는 최고의 조망처이다.  

 

 

 

▼  이게 바로 ‘문바위’? 정상에서 100m정도 내려오면 한사람이 지나갈만한 바위 틈새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도상에는 여기서도 한참을 더 진해해야 나오는 산불감시초소 삼거리가 ‘문바위봉 삼거리’로 표시되어 있으니 분명 이곳은 문바위가 아닐 것이다.  

 

 

 

 

 

▼  정상아래, 날등 길을 지나, 바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큰 돌들이 깔려있는 길을 한 20분쯤 걸어 내려오면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문바위봉 삼거리’이다. 지도에는 문바위를 가려면 이곳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도록 표기되어있다. 문바위를 보고 싶은 마음에 좌측으로 진행해 봤지만 문바위 형상을 찾을 수는 없었다. 1.5Km를 걸어 내려가면 회차장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결국 난 소득 없이 돌아서야만 했다. 3Km를 더 걸은 것은 다 내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으며...  

 

 

 

▼  산이 비록 九重深處에 놓여 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디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그들이 매달아 놓은 표지기가 여기저기에서 나부끼고 있다. 비록 안내없이 찾아가는 문바위일망정 옆으로 빠지는 길도 없으므로 표지기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붙들어 놓아도 된다. 

 

 

▼  오늘 산행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

이곳 백아산의 피톤치드 분포가, 전남 도내 다른 산들에 비해 많게는 4배까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2009년5월 발표) 그럼 어떻게 하면 피톤치드를 보다 많이 흡수할 수 있을까? ‘통기성이 좋고 땀을 잘 흡수하는 편안한 옷을 입고 최소한 3시간 이상을 숲속에 머물러야 한다’ 그럼 오늘 산행은 완벽한 산행일 것이다. 등산복이 바로 그런 재질의 옷이고, 또 오늘 산행은 4시간 이상 걸렸으니까... 

 

 

▼  아내는 살림꾼

문바위를 찾아 떠나는 날보고 아내가 혼자서 다녀오란다. 30여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그녀의 손에는 각종 나물이 한웅큼이다. 참나물, 고사리, 원추리 등등...  

 

 

 

▼  팔각정 못미처 만나는 전망대

전망대 자체는 볼품이 없지만, 광주광역시의 상수원인 동북수원지가 잘 내려다 보인다. 그냥 생각없이 내 뒤를 따르던 여성 산행대장분 曰 '괜히 다리품만 헛 팔았다!' 

 

 

 

▼  팔각정, 이곳에서 직진하면 휴양림까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임도와 합류하게 된다. 암릉에서 스릴을 느끼고 싶으면 뒤돌아 나와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바윗길 능선 암릉구간을 걷는 것은 비록 힘들지만,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고 본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뾰쪽뾰쪽한 바위들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듯 하다

 

 

▼  백아산은 이름에 걸맞게 산 전체가 하얗다. 바위 색깔이 하얀 석회암들이 여기저기서 산의 거죽을 뚫고 나와 있는 형상이고, 그 부분이 제법 크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  암릉이 끊나면 길은 아가씨 품처럼 고와진다.

 

 

▼  산들은 물결이 되어 아득히 퍼져나간다. 뒤를 돌아다보면 조금 전에 지나온 흰 바위들이 연녹으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 사이로 하얗게 반짝이고 있다.  

 

 

▼  사각거리는 낙엽 쌓인 등산로를 걷다보면 어느덧 자연휴양림이다. 능선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100m 정도 되는 내리막길은 나무테크로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다.  

 

출처 : 가을하늘네 뜨락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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