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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쪽빛 바다위에 바위들이 만들어 낸 마법의 성, 백도(`11.5.14-15)

산마루금 2013. 7. 9. 11:10

 

백도 : 거문항에서 유람선으로 바꿔 탄 후 동쪽으로 28km를 푸른 바다 물살을 가르고 달려가면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만날 수 있다. 백도는 독도와 흡사하다. 백도와 거문도는 마치 독도와 울릉도처럼 한 세트로 여겨진다. 백도도 독도처럼 일반인이 발을 디딜 수 없는 무인도(無人島)일뿐더러, 크게 두 개의 섬으로 이뤄진 점도 닮았다. 국가명승(國家名勝) 제7호인 백도는 39개의 무인군도(無人群島)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을 멀리서 보면 온통 하얗게 보인다 하여 백도라 하였다는 설과, 봉우리가 아흔 아홉 개이므로 백 개에서 하나가 부족하다 하여 百자에서 한일(一)자 한 획을 떼고 白島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본디부터 흰 白자가 들어가는 白島로 불리어 왔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강하게 보인다.

* 백도의 전설 : 옥황상제(玉皇上帝)의 아들이 노여움을 받아 귀양을 왔다가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보냈단다. 수년 후 아들이 보고 싶어진 옥황상제가 아들을 데려오라고 백 명의 신하들을 보냈나 보다. 신하들마저 돌아오지 않자, 분노(憤怒)한 옥황상제는 그만 그들 모두를 돌로 만들어 버렸단다. 그것이 크고 작은 섬으로 변해서 백도가 되었다고 한다. 섬이 백 개 정도여서 백도라 하였는데, 섬을 헤아려 본 바 ‘일백 百’에서 한 섬이 모자라 ‘한 一’을 빼고 보니 ‘흰 白’자가 되어 白島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해밀턴 파크’을 둘러보고 있는데,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배 출항시간이 다 되어가니 빨리 내려오란다. 서둘러 선착장에 도착하니 아침 여섯시, 배가 출항하려면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도, 선착장은 이미 몰려든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옆 사람과 어울려 떠들어대는 광경은 마치 초등학교 소풍날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긴 아름답다고 소문난 백도에 들어가면서 가슴 설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백도에 들어올 때 타고 들어왔던 페스트로이카 보다는 조금 더 작은 유람선(遊覽船)에 승선하여, 맨 앞쪽 자리에 앉는다. 맨 앞쪽에 선수(船首)로 오르는 문이 있으니,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선수에 오르기 위해서다. ‘좋은 자리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誕生)한다’ 이 말은 진리이니까 말이다. 물론 쾌속선인 이 배는 항해 중에는 선수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는 안 얻느니 만도 못하다’ 이 門은 영원히 열리지 않는 다는 것을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나는, 덕택에 사람들 틈에 끼어 겨우겨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선실 앞에 부착된 TV에서는 왕년의 유명가수 나훈아가 열창을 하고 있다. MBC 주관 광복절 특집을 녹화해서 보여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승객들은 그 유명한 나훈아까지도 외면한 채, 시선들을 모두 창(窓)으로 고정시키고 있다. 사람들마다 얼굴들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아무래도 미지(未知)의 세계로 들어가는 설레임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모양이다.

 

 

100명도 넘게 승선(乘船)한 유람선은 백도를 행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유람선의 특징대로 앞에서 안내하는 가이드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준다. 작은 돌섬이 99개로 이루어진 백도는 사람은 내릴 수 없고, 새(鳥)들만의 천국(天國)이란다. 백도만이라도 사람들로 인한 오염이 없는 천국으로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 거문도에서 출발한지 대략 40분 정도 지나면 저 멀리 무리를 짓고 있는 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안개에 아랫도리를 내준 섬들이, 마치 돛단배 마냥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떠다니고 있다. 이때쯤이면 선미(船尾)와 선수(船首)를 막아 놓았던 쇠사슬이 걷어지고, 가이드의 멘트에도 흥이 실리기 시작한다. 우르르 船首로 자리를 옮긴 관광객들의 입에서는 자연스레 탄성이 터지고 있다. 덜 영근 아침 햇살이 비치는 섬들이 진주알처럼 아름답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다도해, 미끄러지듯 섬 사이를 항해하는 배가 가까워 질 때마다 작은 섬 들은 仙女들의 나신(裸身)처럼 물안개를 걷고 다가선다.

 

 

원할 때마다 백도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3代가 공덕(功德)을 쌓아야 맑은 날에 섬을 볼 수 있다는 말이 거문도에서도 전해지고 있단다. 울릉도 사람들도 독도를 이야기할 때 그렇게들 말하고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난 백두대간(白頭大幹) 중 남한에서 제일 높은 곳인 지리산의 천왕봉에서 일출(日出)을 한번쯤은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천왕봉으로 오르기를 세 번 만에야 풋풋한 해를 볼 수 있었고, 그때 누군가가 천왕봉의 일출은 ‘3대가 공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섬사람들이나 산사람들 모두, 자기들이 아끼는 섬과 바다가 귀하다는 생각에 그렇게들 표현하고 있나보다.

 

 

 

 

도착한 바다 위에는 예술가들이 공들여 빚은 듯한 조각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먼 행로에 피곤해 하던 사람들도 백도(白島)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나지막이 탄성을 지르고 말문을 닫는다. 환하게 비치는 햇살에 백도는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관광객들의 표정에는 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다. 명승지 제 7호로 지정된 백도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일반 관광객들은 섬의 상륙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선상관광으로도 백도는 충분히 감탄할 만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고성(固城)을 닮은 궁전바위 등 온갖 형태의 기암괴석이 푸른 바다를 화선지 삼아 두루마리 그림을 펼쳐놓은 듯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풍광이 아름다워 국가명승지 제7호로 지정된 백도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손재주 좋은 조각가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 그 바위에다 그럴듯한 이름과 전설(傳說)을 붙여 놓은 이곳 사람들의 재치도 놀라기에 충분하다.

 

 

 

백도는 계절(季節)에 따라, 또는 그날의 기상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오전과 오후 또는 저녁 등 시각이 변할 때마다... 시시각각(時時刻刻)으로 변하는 주변의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화가 무쌍하단다. 겨울철에는 보통 흰색의 톤이 강하고, 비가 개인 직후에는 갈색의 톤을 강하게 발산하기도 한단다. 때문에 혹자(或者)들은 이곳 백도를 ‘마법의 성(magic cast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은 백색의 톤을 진하게 내보이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곳 백도는 겨울철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나 보다.

 

 

 

 

병풍처럼 늘어선 병풍바위, 꾸지람을 받고 있는 모습의 형제바위, 곡식을 쌓아놓은 듯한 노적섬, 매가 먹이를 채갈 듯한 매바위, 남근을 닮은 서방바위, 서방바위를 마주보고 있는 각시바위, 불상 모양의 석불바위…. 이름만큼이나 해풍에 씻긴 바위 모양도 제각각이다. 백도에는 희귀 란이 많이 자라는데 향이 진해서 옛날 어부들은 안개가 끼면 백도를 찾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형상으로 만들어진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양으로 생긴 여인, 성모마리아상 등 이런 저런 사람 모양의 바위들이 우리를 반긴다. 바위에 구멍이 많이 있는 것은 새들의 안식처라 했다. 모두들 환호성 이다.

 

 

 

백도는 무인도로 알려져 있지만 생명체가 없는 것이 아니다. 무인도라 오히려 더욱 다양한 생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천연기념물 21호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휘파람새, 팔색조 등 40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백도는 ‘자연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그렇기 때문에 섬에 발을 내디디지도 손으로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고 있나 보다. 백도는 그저 눈으로 보고 귀로만 즐겨야 한다. 자연의 보고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백도 유람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하백도가 백미(白眉)다. 전설을 담은 수십 개의 바위가 천태만상을 연출한다. 옥황상제 아들이 바위로 변했다는 ‘서방바위’, 용왕 딸이 바위로 변했다는 ‘각시바위’, 그들의 패물상자였다는 ‘보석바위’ 등이 전설과 함께 전해진다. 각양각색으로 생긴 바위들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려는 듯이 살짝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지고 있다.

 

 

 

백도의 바위로 된 섬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명장(明匠)들을 시켜 일부러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은 기기묘묘(奇奇妙妙)한 형상들을 하고 있다.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절벽이지만 각자 이름을 하나씩 갖고 있다. 매, 서방, 각시, 형제 바위 등. 가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자연스레 바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觀光客)들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자신의 모습까지 합성하려는 사람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이때는 일행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는 백도의 변화무쌍한 절경만 눈에 가득한 뿐이다.

 

 

 

 

 

 

하백도를 한 바퀴 돈 유람선은 뱃머리를 다시 거문도로 돌린다. 선실속으로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신비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머릿속은 그저 멍할 따름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더니, 신묘(神妙)하고 기묘(奇妙)한 바위와 시퍼런 바다가 하나로 일체가 되어, 나를 몰아지경의 세계로 빠뜨려 버렸나 보다.

 

 

출처 : 가을하늘네 뜨락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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