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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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보

남해 설흘산

산마루금 2016. 3. 7. 18:23

 

◎산행지: 남해 설흘산(481.7m)

 

★산행일시: 2015. 11. 28. 토, 갬

 

●산행 코스: 선구마을 주차장~옥녀봉(171m)~낙뢰산(257m)~운산/첨봉(422m)~응봉산(472m)~헬기장~설흘산(481.7m)~가천테마펜션~다랭이마을

 

◔시간대별 산행코스:

 

   10:58 선구마을 주차장 도착

   11:10 산행시작

   11:15 동굴

   11:32 철계단

   11:41 전망바위

   11:44 이정표(선구마을 0.8km/응봉산 1.7km)

   12:33 운산/첨봉(칼바위)

   13:04 응봉산

   13:24 헬기장(중식 30분)

   14:14 이정표 갈림길(가천마을 0.9km/홍현2리 0.65km/설흘산 정상)

   14:29 설흘산(481.7m)

   15:40 가천테마펜션

  

 

★산행 시간: 4시간 30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30분>

                        <순수 산행시간: 3시간 30분>

 

◍산행거리: 8km(GPS)

 

 

▶산행 tip: 번 산행은 남해의 명산 설흘산을 찾아갔다. 설흘산의 하산지점에 위치한 다랭이마을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다랭이 마을은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 방문시 꼭 가봐야 할 장소, 50곳 중 3위에 올라 있다.  

 

설흘산 산행은 남서쪽에 위치한 선구마을에서 시작하여 칼바위 능선을 타고 응봉산을 오른 후 헬기장을 지나 설흘산 봉수대를 경유하여 다랭이 마을까지 순수하게 3시간 반 정도 걸으면 된다. 그러나 많은 인원과 조망, 사진 찍기 등으로 시간이 다소 걸려서 4시간 반이 소요된다. 선구마을에서 칼바위 능선을 타고 운산/첨봉 가기까지 여수 돌산도 앞바다의 쪽빛 바다와 선구마을의 바다에 도취된다. 그리고 첨봉을 넘어서 응봉산(매봉)으로 가는 도중의 능선에서는 남해바다의 정취에 흠뻑 젖게 된다. 그 경치에 도취하여 응봉산(매봉)에 오르면 막걸리 한 사발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빈속에 막걸리 한잔의 짜릿함과 함께 동쪽의 설흘산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 가야 할 거리가 조금 남았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잠시 산우들과 인증사진을 찍는다고 어깨를 맞춰본다.

 

응봉산(매봉)에서 설흘산 방향은 제법 된비알을 내려서야 한다. 설흘산 봉수대에서의 조망이 이번 산행에서 최고 조망을 자랑한다. 앵강만이 호수처럼 내륙으로 들어와 있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동쪽으로 펼쳐져 있으며, 그 앞에 조그마한 섬 노도가 보인다. 이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서 더 유명하다. 400여 년 전의 역사를 간직한 봉수대, 그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현장이다. 봉수대 동남쪽의 전망바위까지 가서 경치를 구경하고 다랭이마을로 내려서면 산행은 끝이 난다. 아님 봉수대에서 가천마을 내려서는 갈림길까지 되돌아가서 다랭이 마을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산행 내내 감동과 여운이 가슴에 머무르는 시간이 된다.

 

하산 후 둘러보는 다랭이마을에서 한국인의 지혜와 억척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그 척박한 땅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쳐야 했던 선조의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그 역사와 삶이 살아있기에 후세의 사람들은 그 삶의 현장을 보고 싶은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새끼 공룡 같은 암릉

 

만덕에서 마지막으로 산우들을 태운 버스는 삼천포대교와 창선대교를 지나 10시 58분 선구마을 주차장에 멈춘다. 선구마을 입구에는 370여 년 된 팽나무가 우리를 반기고 있다.

 

주차장에서 산행채비를 갖추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완만한 등산로이나 등로의 돌들이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들머리에서 4분여 오르면 동굴이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에 광석을 채굴하려고 시도한 굴인 것 같다. 깊은 굴은 아니다. 뭔가 싶어서 산우들은 한 번 들어갔다 나온다. 거기서 조금 올라가게 되면 전망바위가 기다린다. 그 바위에 올라서면 선구마을의 풍경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소나무 숲길과 바위 길을 헤쳐 10여 분 오르면 철계단을 만난다. 대전에 온 산악회와 합쳐지는 바람에 앞으로 진행이 더디다. 바위 틈 사이를 헤쳐가야 하기에 정체되고 있다. 철계단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옥녀봉의 너럭바위에 서게 된다. 그 개방된 소나무 틈 사이로 건너편의 고동산(360m)의 암봉이 우뚝 솟아있다. 고동같이 행겼다 하여 고동산이라 했다고 한다.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부산의 바다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물론 하늘의 구름 때문에 색깔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부산 앞바다 보다는 조금 엷은 코발트색이다. 그 바다 위를 컨테이너선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하늘의 제트기가 하얀 궤적을 남기고 가듯 큰 배 또한 하얀 궤적을 남기며 가고 있다. 우리의 삶 또한 눈에 보이지 않은 궤적을 그리며 살고 있지 않을까. 다만 신이 우리 삶의 궤적을 그렇게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조금씩 암봉을 타고 올라 낙뢰산(257m)에서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본다. 거침없는 조망이 전개되어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낙뢰산에서 일행과 함께 서서 사진을 찍던 팅커벨님이 손에서 스틱을 놓쳐버린다. 아뿔싸! 스틱이 암봉 뒤편으로 떨어져 바위 중턱에 걸려 있다. 일행 중 누군가가 그것을 찾아오겠다고 아래로 자라목을 해본다. 주위에서 위험하다고 만류를 한다.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마음을 접는다. 이 행복한 기분을 놓치기가 아쉬워서. 혹여 그 스틱을 되찾는다고 하다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위로 암릉은 작은 공룡의 등처럼 휘어져 첨봉(칼바위)으로 이어져 있다. 칼바위 능선이 조금 위험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은 목조계단의 우회로를 이용하여 첨봉까지 가면 된다.

 

낙뢰산에서 10여 분 암릉을 타고 오르면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만난다. 우회로로 가면 되지만, 암릉에 도취해 오르다 보니 피할 수 없는 구간이다. 앞에서 손을 내밀어 당겨주고 또 뒤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린다. 그 손끝에서 끈끈한 우정을 느낀다. 타산악회에서 온 산우까지 손을 당겨주니 의리와 사랑이 많은 백산인들이다.

   

▶오금 저리는 칼날 능선

그 암벽을 오르면 이제 사방이 훤히 열리는 능선에 이른다. 그 위로 본격적인 칼바위 능선길이다. 대전에서 온 타산악회의 여자회원이 칼바위 능선을 지나면서 사시나무 떨듯 앉은 자세로 엉금엉금 긴다. 우리 일행이 손을 잡아주고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지 말고 걸어오라고 일러둔다. 그래도 고소공포증에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오금이 저려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백산회원이라면 단숨에 지나갈 것을. 오히려 우리 일행은 그 암릉 위에서 깔깔거리며 즐기고 있다.

 

암봉인 첨봉(운산)을 넘어 계단을 내려서면 철계단이 나오고 철책과 목책으로 안전한 등산로를 만들어 두어서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다. 수많은 까마귀들이 여기저기 을씨년스럽게 휘젓고 다니고 있어서 초겨울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다행히 바다와 하늘이 그것을 상쇄시키고 있다. 하늘의 구름은 간간히 햇빛을 가로막아 바다의 색깔을 흐려놓고 있다. 바다도 하늘이 파랗게 얼굴을 대면해야 함께 파란 얼굴을 한다. 하늘은 바다가 자신의 얼굴을 비쳐주는 거울이다. 이 세상에는 모두 양면성이 있다.

 

응봉산자락의 목책계단을 조금 힘겹게 올라가면 돌탑이 키 높이로 쌓여 있는 응봉산 정상에 서게 된다. 앞서간 일행이 막걸리를 권하기에 한 잔 마신다. 차가운 날씨에 차가운 막걸리를 목에 넘기니 딱 걸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상차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일행들이 배낭에 짊어지고 온 것 같지는 않다. 한 잔 마시라고 해서 마시긴 했지만, 알고 보니 그곳에서 파는 떳다방의 막걸리였던 것이다. 막걸리 한 잔에 2,000원에 팔다가 우리가 마지막 손님일 것 같아서 한 병에 5천원이라고 한다.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한 잔 마시고 보니 고맙고 미안하다. 일행은 그 응봉산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고 분주하다.

 

▶400여 년의 역사를 찾아서

 

응봉산에서 비탈길을 내려가 아주 샤방샤방한 등산로를 따라 15분여 가면 헬기장이 나타난다. 거기서 옹기종기 모여 세 그룹으로 둘러앉아 30여 분 식사를 한다. 아직 지지 않은 억새가 허옇게 머리를 쳐들고 있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혀 잠시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래도 빙 둘러앉아 밥을 먹으니 소풍을 온 느낌이다. 오늘 산행은 빨리 가지 않아도 되기에 선두조가 기다려 주어서 함께 자리를 하니 즐겁다. 지구상에 70% 이상의 사람들이 한 끼의 식사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비해서 이렇게 풍족한 삶을 누리고 풍광 좋은 곳에서 호사스럽게 자리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그 헬기장에서 20분 정도 설흘산 방향으로 진행을 하면 가천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거기서 일행은 설흘산 봉수대를 다시 되돌아 여기까지 올 것을 생각하고 배낭을 그곳에 잠시 내려놓는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배낭을 그대로 메고 설흘산으로 향한다.

 

산허리를 빙 돌아서 망산과 봉수대 사이의 안부까지 10분여 걸어 올라간다. 그 안부에서 바로 위가 설흘산 봉수대다. 임진왜란 때 축조된 봉수대는 4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설흘산 정상석은 봉수대 위에 얹혀 있다. 봉수대를 한바뀌 휘~ 둘러보면서 조망을 한다. 이번 산행에서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동쪽으로 남해의 한려해상국립공원이 건너다보이고, 북쪽으로 호구산 군립공원이 아스라이 손에 잡힌다. 그리고 호수같이 잔잔한 앵강만도 내려다보인다. 앵강은 꾀꼬리 앵(鶯)자에 물 강(江)으로, 앵강만에 인접한 주민들은 ‘비 내리는 밤에 꾀꼬리 울음소리가 나고 꾀꼬리 눈물 같은 빗물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로 흘러내려 꾀꼬리의 눈물바다’라고 부른다. 또 서포 김만중이 속종으로부터 유배되어 낙향한 노도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이 섬은 12가구가 살고 있는데, 섬을 한바뀌 도는데 30여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산과 바다, 하늘이 어우러져 최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목(裸木)들이 산자락을 지키고 있어서 분위기는 다소 황량감을 주지만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이 인간새가 되게 한다. 봉수대에서 남쪽 전망대까지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워진 바다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햇살이 구름에 가리어져 날씨는 변덕을 부린다. 우리네 마음처럼. 홀로 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봉수대와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의 앨범을 만든다. 일행들은 배낭을 가천마을 갈림길에 남겨두고 왔기에 되돌아간다. 나를 포함하여 봄산님, 한사랑님, 석이님 등 네 사람은 일행이 그 갈림길까지 가서 가천 다랭이마을로 내려올 시간을 감안하여 남쪽 전망바위에서 여유를 부린다. 아니 그 경치가 우리의 발걸음을 붙들어 두고 있는 것이다.

 

▶다랭이마을~뒤풀이

 

봉수대 남쪽 전망대에서 30분 정도 잡목을 헤치고 가천 다랭이마을에 도착한다. 조금 경사진 비탈길이다. 다랭이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앞서간 일행은 다랭이마을을 둘러보러 가고 없다. 

 

경사진 언덕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계단식 논과 밭을 만든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마을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암수바위. 시금치와 허브를 재배하여 관광객들에게 팔아서 생계를 꾸려가는 주민들. 그리고 이제는 대부분의 마을 민가는 다랭이마을이 알려지면서 민박집으로 개조하여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해변은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서 바닷가까지 걸어 올 수 있게 해 두었다. 바닷가 바위 위에서 일행의 웃음소리를 바다 저 멀리 먼 바다로 실어 보내고 돌아선다.

 

미국 CNN방송에서 3년 전에 한국 방문시 꼭 봐야 할 곳 50선 중 3위에 올라있는 다랭이마을은 한번쯤 돌아볼만 하다. 일행들은 귀갓길에 시금치 한 보따리를 사서 안고 간다. 다랭이마을 주민의 사랑과 정을 가슴에 보듬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식사는 삼천포 여객터미널 식당에서 동태찌개로 했다. 넓은 식당을 우리만이 사용할 수 있어서 부담감이 적고 좋았다. 또 거기서 파는 남해멸치 한 포씩을 안고 돌아왔으니, 어디를 가나 주부의 마음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인 것 같다.

 

한 해를 되돌아보니 산우들의 끈끈한 사랑과 우정이 있었기에 무탈하게 잘 지내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늘 서로를 믿으며 긍정적인 생각과 열정적인 도전으로 함께 한 백산인이 진정한 형제자매와 같은 가족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오늘도 외쳐본다.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