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산청 백운계곡 본문
*산행지 : 경남 산청 백운계곡(계곡 트래킹)
*산행코스 : 백운민박 - 아함소 - 다지소 - 백운폭포 - 임도(회기점) - 백운민박
(원점회기) 왕복7키로 3시간30분소요
◐백운계곡 개요
규모가 웅장하지는 않으나 깨끗하고 거센 물줄기가, 구름처럼 널린 희디 흰 바윗자락을 타고 굽이쳐 쏟아지는 모습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길고 짧고 넓고 좁은 폭포들과 깊고 얕고 짙푸르고 맑은 물웅덩이(소)들이 줄줄이 이어져, 폭포와 소의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이 풍경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 널찍널찍한 바윗자락이다. 어디에 앉아도 편안하고, 어디를 보아도 경치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반석들이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 너럭바위들엔 옛 사람들의 풍류가 깃들여 있다. 이곳을 자주 찾아 즐긴 7명이 있었는데, 이를 백운동 7현이라 부른다.
이 멋진 골짜기를 말할 때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이자, 영남 사림파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1501~1572)을 빼놓을 수 없다. 합천에서 태어나 61살 때 백운계곡 부근 덕산으로 옮겨와 산천재를 짓고, 생을 마칠 때까지 후학 양성에만 전념한 전형적인 선비다. 나라가 어려울 땐 상소를 올려 직언을 서슴지않던 분이다. 명종·선조 등 임금들이 그의 학덕을 평가해 거듭 불렀으나, 끝내 조정에 나아가지 않고 대자연에 묻혀 산 ‘산림처사’였다.
덕산 시절, 남명이 가장 즐겨 찾던 곳이 바로 백운계곡이다. 제자들과 함께 수려한 경치를 즐기며 풍류에 젖기도 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시름에 잠기기도 했다. 골짜기 중간쯤의 너럭바위 옆 바위에 ‘용문천’이란 글씨가 보이고, 그 뒤쪽 바위엔 ‘남명선생장구지소(南冥先生杖구(나막신 구)之所)’란 글씨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 남명이 탁족을 하며 즐길 때 지팡이와 나막신을 뒀던 곳으로, 제자들이 새긴 글씨로 추측된다.
골짜기 바위엔 이 곳을 즐겼던 이들이 새겨놓은 글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마지막 민가 지나 100여m 오르다 오른쪽 벼랑 밑을 내려다보면, 물줄기가 좁아져 급류와 폭포를 이루고 있다. 물길 오른쪽 바위벽에 ‘백운계원’들의 이름이 작은 글씨로 정연하게 적혀 있다. 여기서 상류로 20여m 떨어진 곳엔 ‘영남제일천석’이란 글씨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이 주변을 등천대라 부른다.
기록에 따르면 각각 20여개에 이르는 폭포와 소마다 이름이 붙어 있다. 목욕을 하면 자연히 많이 알게 된다는 다지소(多知沼)를 비롯해, 청의소·아함소·장군소, 오담폭포·수왕성폭포·15담폭포·칠성폭포 등이 있다 하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아 일일이 확인해 보기는 어렵다. 골짜기 주변엔 바위구멍에서 쌀이 나왔다는 화장암, 한림사·용문암·백운암 등 절과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네이트 지식 여행자료)
흔히 계곡산행을 '여름산행의 백미'라고 하지만 약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주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는 대형 계곡을 끼고 오르거나 내려서면서도 정작 계곡 물에는 발 한 번 담그지 못한 경우도 계곡산행이라 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엄밀한 의미에서 여름산행의 백미라고 불릴 정도의 계곡산행이라고 보기 힘들다. 규모가 큰 산에 자리잡은 거대하고 깊은 계곡일수록 그만큼 물길을 따라 오르내리기 힘들만큼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산행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며, 산꾼들은 진한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 지리산 웅석봉 서남쪽 파고든 숨은 계곡 왕복 5㎞ 짧은 코스
경남 산청 단성면의 백운계곡은 규모는 크지 않은 대신 수십 곳의 폭포와 소가 있고 경관이 빼어난 계곡이다. 크게 위험하지도 않아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르며 여름철 피서 산행을 즐기기에 딱 좋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백운계곡 중류에 있는 백운폭포를 지나고 있다. |
백운계곡은 또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자 영남 사람의 거두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가장 즐겨 찾았고, 그의 체취가 지리산록 중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명 선생이 남겼다고 하는 백운동(白雲洞), 용문동천(龍門洞天),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남명선생장지소(南冥先生杖之所) 등의 글자가 암석에 새겨져 있다. 선생은 이곳에서 '푸르른 산에 올라보니 온 세상이 쪽빛과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칠 줄을 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탐한다'라는 시문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 남명 조식 선생 가장 즐겨 찾은 명소지만 아는 이 많이 없어
완만한 경사도의 백운계곡 폭포를 오르는 취재팀. |
코스는 간단하다.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백운계곡 입구에서 시작해 계곡 바닥으로 내려선 뒤 줄곧 계곡만 타고 오른 후 지리산길 갈림길도 통과, 중간에 끊어진 임도까지 갔다가 곧장 출발지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계곡 전체를 섭렵하는 것이 아니라 딱 절반만, 그러니까 편도 2.5㎞만 올랐다가 하산할 때는 서쪽 임도를 따른다. 오를 때 2시간, 내려설 때 40분 정도면 되니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따지면 2시간40분짜리 초미니 코스다. 하지만 계곡에서 만나는 수많은 비경 앞에서 휴식을 취하며 피서를 즐기다 보면 사실 몇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백운계곡 하류에 있는 와폭인 용문폭포. |
잠시 후 화장실과 대피안내도, 간이 매점이 있는 곳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길이 30m 이상되는 긴 와폭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씨인데도 몇몇 피서객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폭포를 그대로 타고 오르면 또다시 펼쳐지는 거대한 암반. 사실 백운계곡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반덩어리나 마찬가지니 놀랄 필요도 없다. 왼쪽에 용문천(龍門川), 용문폭포(龍門瀑布)라는 글자가 쓰여진 바위가 보인다. 용문천 바위 왼쪽으로 좀 더 돌아가보면 남명선생장지소(南冥先生杖之所)라는 음각 글귀도 보인다. 남명 선생이 즐겨 찾아 휴식과 사색을 하던 곳인가 보다.
■ 폭포 소 수십 곳…난이도 평이해 물길 거슬러 오르기 안성맞춤
비스듬히 누워 있는 암반 위로 물줄기가 나 있다. 이런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산꾼은 마치 연어가 된 듯하다. |
좀 더 계곡을 타고 올라도 되지만, 취재팀은 이번 산행의 목적이 원형 그대로의 계곡 물줄기를 내달리는 특집 피서산행이라고 보고 하산키로 결정한다. 빗줄기가 더 굵어지면 계곡산행이 위험해진다는 점도 참고했다. 왼쪽으로 돌아서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 데는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길을 따라 내려서다가 계곡에 몸을 담고 싶으면 언제든지 뛰어 들어도 무방하다. 이 계절이 아니면 그런 호사를 누리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떠나기 전에
- 명소 수십 곳 이름 가졌다지만 안내판 조차 없어 방문객 아쉬움
두 갈래로 갈라진 물줄기가 인상적인 백운계곡 쌍폭. |
◆ 교통편
- 중산리행 시외버스 타고 백운계곡 입구 하차하면 간단
백운계곡의 숨은 비경은 좀처럼 끝날 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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