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스크랩] 산청의 진산으로 조망이 뛰어난 대성산-둔철산(`13.7.14) 본문
대성산(大聖山 , 593m) - 둔철산(屯鐵山, 823.2m)
산행일 : ‘13. 7. 14(일)
소재지 : 경남 산청군 신안면과 신등면, 그리고 산청읍의 경계
산행코스 : 사계마을→정취암→대성산→와석총→둔철산→금정폭포→심기마을(산행시간 : 4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 기분 좋은 산행
특징 : 경호강(남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 능선의 동쪽 끝인 웅석봉과 마주보고 있는 둔철산은 '산청의 진산(鎭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낯선 이름일 따름이다.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산청군에는 지리산과 황매산, 웅석봉, 왕산, 정수산 등 이름난 산들이 너무나 많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유명세(有名稅)에 밀린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력(履歷)이 있는 등산객들에게는 가끔 이름이 회자(膾炙)되는 산이다. 길게 뻗은 능선의 기암괴석(奇巖怪石)과 뛰어난 조망(眺望), 거기에다 깊은 계곡까지 끼고 있는 점이 입소문을 탄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정취암 입구
대전-통영고속도로 산청 I.C에서 내려와 3번 국도를 이용하여 부산방면으로 잠깐 달리면 정곡삼거리(산청읍 정곡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빠져나와 왼편의 60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가 모례리(신등면)에서 오른편 홍화원휴게소(신안면 외송리)방향 군도(郡道 : 둔철산로)로 접어들면 대성산에서 뻗어 나온 정수지맥 산자락을 넘어가기 전에 오른편으로 정취암 들머리가 보인다.
▼ 정취암으로 들어가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자동차 1대가 겨우 다닐 정도로 비좁은 도로이지만 들머리에 '대성산 정취암' 표지석(정취암 800m/ 차도 2.5Km)이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잠깐 들어가면 길은 비포장도로로 변하고, 곧이어 왼편에 보이는 오솔길로 접어들게 된다.
▼ 구불구불한 오솔길은 처음의 잠깐은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해버린다. 가파른 돌계단을 밟으며 10분쯤 올라가면 바위벼랑 위에 제비집처럼 들어앉은 암자(庵子)가 나타난다. 천년고찰(千年古刹)로 알려진 정취암(淨趣庵)이다. 추월산의 보리암이나 달마산의 도솔암 등 벼랑위에 걸터앉은 암자들에 비해 위태로운 맛은 덜하지만, 그 대신에 단아한 모습의 전각(殿閣)들이 더 많이 들어서 있다. 터가 너른 이점을 살린 것이다.
▼ 정취암(淨趣庵), 신라 신문왕 6년(686)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했다는 암자(庵子)로서, 정취관음보살(淨趣觀音菩薩 : 극락 또는 해탈로 빨리 들어서는 길을 알려주는 보살)을 본존불로 모시는 국내 유일의 사찰(寺刹)이라고 한다. 의상대사는 동해에서 솟아오른 장육금신(丈六金身:아미타불)의 두 줄기 서광을 따라 금강산에 원통암(圓通庵)을, 대성산에는 정취암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1652년 원통보전을 비롯한 모든 전각이 소실(燒失)되었고, 대웅전과 웅진전, 산신각 등 현존 전각(殿閣)들은 1980년대 이후에 조성된 것들이다. 문화재(文化財)로는 산신탱화(경남 문화재자료 243호 : 해인사 보관), 목조관음보살좌상(경남 문화재자료 제314호)가 있다. 참고로 산청9경 중 제8경이 정취암 전망이다. 이는 곧 정취암 앞에서 바라보는 전망(展望)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취암 뜨락에 서면 녹음으로 물든 산과 들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 이왕에 정취암에 왔으면 산신각(山神閣)에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산신탱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있었던 탱화는 도난방지를 위해 해인사에서 보관하고 있고, 지금의 것은 새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산신각의 뒤편 바위벼랑 위에 조성된 산신상(山神像)도 볼만하고, 산신각 앞에서 바라보는 조망(眺望)도 놓치지 말아야할 구경거리이다. 산신각은 깎아지른 절벽(絶壁)을 병풍(屛風)삼아 산허리에 붙어있다. 뜨락에 서면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적지 않은 평야(平野)와 마을들이 정취암의 품안에 살포시 안겨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정취암의 전망을 산청8경의 하나로 꼽았나 보다. 정취암 뒤편 바위 절벽(絶壁)에는 수백 년 동안 바위틈새에서 모진 풍파를 견뎌낸 노송(老松)들이 운치(韻致) 있게 서 있다. 바위 끝에 서면 마치 하늘 높은 곳에서 하계(下界)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다 정적(靜寂)으로 그윽해진 산사(山寺)는 가히 속세(俗世)를 벗어난 느낌이 들 정도이다.
▼ 등산로는 암자 뒤쪽 산신각(山神閣) 왼쪽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서서 오른편으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꽤 많은 인원이 둘러앉아도 충분할 정도로 너른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전망대(展望臺)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너럭바위에 올라서면 신등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깎아지른 바위벼랑 아래에는 정취암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고, 건너편 산자락을 새로 난 도로가 산비탈을 휘감으며 기어 올라가는 것이 바라보인다. 사계마을에서 ‘둔철산 생태체험 숲’을 지나 외송리(신안면)로 연결되는 도로라고 한다.
▼ 너럭바위에서 제법 가파른 산길을 다시 10분 쯤 더 오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대성산은 왼편으로 가야하지만, 오른편으로 50m 정도만 더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능선 끝자락을 잠깐 들러볼 것을 권한다. 산불감시초소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능선 끝자락은 뛰어난 조망처이기 때문이다. 계단식 다랑이논의 뒤로 펼쳐지고 있는 산들은 부암산과 감암산, 그리고 베틀봉으로 이어지는 황매산이 분명할 것이다. 거기다가 산성산과 한우산, 자굴산, 방어산, 여항산, 집현산까지 사통팔달(四通八達)로 펼쳐지니 어찌 뛰어난 전망대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산불감시초소에서 대성산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쉬엄쉬엄 걸어도 5분이면 충분한 거리에다 경사까지 완만(緩慢)하니 걷는데 조금도 부담이 없다. 대성산 정상은 정상표지석 대신에 팔각정(八角亭)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정상표지판은 정자(亭子) 앞의 나무에 매달려 있다. 쉼터와 전망대(展望臺)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정자에 오르면 와석총이 있는 760m봉이 바로 코앞이고, 금오산, 석대산, 웅석봉 능선이 잘 조망(眺望)된다. 대성산 정상에서 보면 왼편에 능선 하나가 보인다. **정수지맥(淨水支脈)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산줄기이다. 이 능선은 마제봉과 적벽산을 만든 후에 경호강과 양천(川)이 만나는 합수지점(신안면 하정리)에서 그 생명을 다한다. 정수지맥은 이곳에서부터 둔철산까지 능선을 따라 이어지다가 둔철산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가재산과 정수산을 만든 후 진양기맥(晉陽岐脈)의 627.6m봉으로 연결된다.
(**) 정수지맥(淨水支脈) : 진양기맥(晉陽岐脈 : 덕유산에서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 황매산. 자굴산 등을 거쳐 남강댐에 이르는 도상거리 163km의 산줄기)이 뻗어가는 밀치 부근 627.6m봉에서 분기(分岐)하여 송의산, 구의산, 정수산, 둔철산, 마제봉 등을 거쳐 적벽산에 이르는 약 38km의 산줄기로서 산청 남강의 동쪽 분수령을 이룬다.
▼ 대성산에서 와석총으로 향하는 능선은 신안면(왼편)과 신등면의 경계를 따라 이어진다. 대성산에서 안부로 짧게 내려섰다가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맞은편에 나타나는 봉우리가 와석총이 있는 760봉이다. 아까 대성산에서는 지척으로 보였는데도, 막상 걸어보니 꽤나 먼 거리이다. 아마 능선이 크게 휘어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능선의 오르내림이 가파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760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심심찮게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트인다.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황매산 능선을 바라보다 보면 더위에 지쳤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싱싱한 상태로 되돌아와 있다.
▼ 한껏 조망을 즐기다보면 능선의 꼭대기에서 왼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나타난다. 대성산을 출발해서 50분 쯤 되는 거리이다. 와석총(蝸石塚)이 있는 760봉으로 가는 길이다. 와석총은 ‘달팽이 돌무덤’을 한자로 변환한 다른 이름이다. 이름에 걸맞게 색다른 풍경(風景)을 접할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갈림길에서 5분 조금 못되는 거리에 있으므로 다녀오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 와석총은 말 그대로 달팽이 돌무덤이다. 참 이름을 잘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팽이 껍질 모양의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와석총은 기이(奇異)하게 생긴 바위들이 20~30m 높이로 비스듬하게 쌓여 있는, 암괴류(岩塊流 : block stream , stone run)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와석총의 상부에 서면 기막힌 조망(眺望)이 열린다. 사방으로 시야(視野)가 뻥 뚫리기 때문이다. 북서쪽의 정수산 뒤로는 장안산과 백운산, 황석산, 덕유산이 보이고, 고개를 조금 더 북쪽으로 돌리면 황매산과 허굴산이 나타난다. 동쪽에는 산성산과 한우산, 자굴산, 그리고 남서쪽에는 석대산과 웅석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오늘의 하이라이트(highlight) 는 남쪽에 펼쳐진다. 원지마을과 진양호까지 오롯이 나타나고 있다.
▼ ‘와석총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둔철산으로 향한다. 제법 경사(傾斜)가 진 바윗길을 릿지(ridge)로 내려서서 15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억새가 우거진 안부에서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둔철마을, 오른편은 척지마을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정표(둔철산 정상 0.56Km/ 척지마을 2.1Km/ 정취암 3.94Km, 대성산 3.2Km)를 만나게 되는데 왼편 둔철마을 방향이 표시되지 않은 것을 보면, 길이 험하다거나 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 사거리에서 오르막길로 들어서면 능선이 온통 철쭉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사람하나가 겨우 빠져나갈만한 틈을 빼놓고는 철쭉들이 빽빽하고 들어차 있는 것이다. 황매산 등 인근의 산들이 봄이면 활짝 핀 철쭉들로 인해 화려한데, 둔철산도 다른 유명산들에 비해 별로 뒤지지 않을 것 같다.
▼ 둔철산으로 오르는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거기다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틈틈이 시야(視野)가 열리는데, 조망(眺望)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오르막길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이다. 황매산과 부암산, 감암산 등이 쉼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광경(光景)이 가히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 안부사거리에서 조망을 즐기면서 30분 정도 능선을 오르면 둔철산 정상이다. 둔철산은 서쪽에서 바라볼 경우 암봉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정상에 오르면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봉우리이다. 둔철산 정상에는 진주교원산악회가 1988년 세워 놓은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산청 24, 1991 재설)이 있다. 그런데 그 높이를 '812m'라고 적어 놓았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地圖)에는 현 위치가 823m로 표기(標記)되어 있으니 높이가 10m가량 차이가 난다. 어느 분의 글을 보면 지도에 표기된 정상의 위치도 정상표지석이 세워진 현재의 위치와 다르다고 한다. 바르게 수정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둔철산(屯鐵山)은 대가야를 존재하게 했던 ‘철의 땅’이 남긴 흔적이다. 철(鐵)이 많은 산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 붙였다고 하지만 이 산 어디에도 철을 생산했다는 흔적이나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을 근거로 쇠와 관련된 기운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고 유추(類推)해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둔철산은 소설 ‘동의보감’에서 산청 출신 명의(名醫) 유의태가 제자 허준에게 약초를 캐러 보내는 곳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 둔철산 정상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는 시원스런 조망(眺望)이 압권(壓卷)이다. 정상에 서면 발아래에는 산자락을 휘감으며 흐르는 경호강(江)과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고, 왕산과 필봉산, 정수산, 황매산, 감암산을 비롯한 산청 일대의 산들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멀리로는 황석산과 거망산, 기백산, 가야산, 자굴산, 한우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서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하늘금을 그리는 지리산의 봉우리들이 첩첩이 쌓이면서 만들어내는 ‘산 그리메’가 장관(壯觀)이다. 웅장(雄壯)한 웅석봉 뒤에 선 천왕봉이 장중(莊重)하고, 중봉, 하봉, 써래봉, 말봉, 새봉 등이 나도 있다면서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 하산은 정상에서 남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간다. 정상 근처에서 삼거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정표 : 정상 0.151Km/ 폭포 1.16Km, 주차장 4.66Km)과 헤어지고, 길가에 널린 기암(奇巖)들을 구경하며 10분쯤 더 진행하면 또 하나의 정상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단성중학교산악회가 세워놓은 것인데 아무래도 잘못된 위치에다 정상석을 세워 놓은 것 같다. 아까의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었지만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곳에서의 조망(眺望)도 뛰어나다. 응석봉과 지리산 능선들이 하늘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은 갈림길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이정표(주차장 4.4Km/ 폭포·주차장/ 정상 0.41Km)가 가리키는 주차장 방향으로 진행하면 시루봉을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 잘못된 정상석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경사(傾斜)가 심한 곳은 통나무계단이나 그렇지 않으면 로프를 매달아 내려서는데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바닥이 마사토로 이루어져 무척 미끄럽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가끔 바위들이 보이는데, 한번쯤 올라가보는 것도 괜찮다. 시야(視野)가 시원스럽게 뚫리지는 않지만 경호강 등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 마사토구간이 끝나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어서 왼편에 물길이 흐르는 바위벼랑이 나타난다. 금정폭포(瀑布)의 상부(上部)이다. 폭포 옆으로 난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폭포의 하단(下端)이다. 비탈길에는 안전로프가 매달려있지만, 그래도 비탈길이 부담스럽다면 우회로(迂廻路)를 이용하면 된다. 금정폭포는 높이가 20m쯤 되는데, 수직(垂直)의 폭포라기보다는 와폭(臥瀑)에 가깝다. 폭포 옆에 세워진 이정표(정상 1.2Km/ 폭포, 정상 1.3Km)를 보면 이곳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둘로 나뉘는 모양이다. 오른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산길이 아마 시루봉 방향의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일 것이다. 정상에서 금정폭포까지는 40분이 조금 못 걸렸다.
▼ 금정폭포에서부터 등산로는 계곡을 왼편에 끼고 이어진다. 길이 대부분 너덜로 이루어져있어 걷기가 사납지만 왼편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폭포들을 구경하다보면 그 정도의 불편쯤은 얘깃거리도 안 된다. 수많은 와폭(臥瀑)들이 경쾌한 물소리와 함께 여름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집채보다 더 큰 바위가 비스듬하게 서있다. 자칫 쓰러지기라도 할 것 같이 위태로운 모습이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나뭇가지를 꺾어 받쳐 놓았다. 무너지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그 갸륵한 뜻이 나에게까지 전달된 탓인지 앙증스럽게 보인다.
▼ 금정폭포에서 40분 조금 못되게(1.5Km) 걸으면 산길은 계곡을 가로지르는데, 계곡 양편의 나무에다 로프를 묶어 놓았다. 계곡물이 불어나면 이 로프를 잡고 건널 수 있도록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배려인 듯하다. 계곡을 건너면 왼편으로 갈라지는 길이 하나 보인다. 아까 정상에서 헤어졌던 산길로 진행했을 경우 시루봉을 거쳐 이곳에 이르게 된다.
▼ 갈림길이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마중을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들에서 풍겨져 나오는 솔향이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만큼이나 풍성하다. 길바닥도 여간 폭신폭신한 게 아니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솔가리(소나무 落葉) 덕분일 것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밤나무 밭이 나오고 이어서 심거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밤나무 밭’ 근처의 계곡에 물이 허리쯤까지 차는 소(沼)가 있으니 마을에 내려가기 전에 몸을 씻고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알맞게 차가운 물속에서 잠깐 쉬다보면 산행 중에 쌓인 피로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 분명하다.
▼ 마을을 지나다가 보면 관음정사로 가는 어귀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포구나무’라고 부르며 보호수(保護樹)로 관리하고 있는데, 수령(樹齡)이 수백 년은 족히 돼 보인다.
▼ 산행날머리는 심거마을(신안면 외송리) 앞 심거교
심거마을은 관광농원이나 민박을 주로 하는 전원(田園)마을이다. 마을이 경사(傾斜)진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어 쓸 만한 농경지(農耕地)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응당 관광업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심거교(橋)는 마을에서도 10분쯤 더 걸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길가에 구경거리가 있어서 마냥 심심치만은 않다. 길가 밧줄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들이 무당집처럼 거창하고, 도로변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소나무는 어느 제약회사 광고모델이었다는 소나무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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