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스크랩] 가장 뛰어난 어라연 전망대 장성산-잣봉(`13.7.20) 본문
잣봉(537m) - 장성산(長城山, 694m)
산행일 : ‘13. 7. 20(토)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산행코스 : 문산나루터→쌍쥐바위전망대→장성산→임도→잣봉→어라연→어라연상회→거운리 매표소(산행시간 : 4시간20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바다산악회
특징 : 남한강 상류인 동강(東江)의 자랑거리는 무엇보다도 구불거리는 물줄기이다. 산을 휘감고 돌아가며 흐르는 강물은 한 폭의 동양화(東洋畵)처럼 아름답다. 강줄기가 산속을 파고드는 그 수려(秀麗)한 풍광(風光)은 산 위에서 볼 때가 가장 실감이 난다. 바로 발아래에 펼쳐지는 동양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강의 주변에는 백운산 등 전망대(展望臺)로 소문난 곳들이 많은데, 동강의 비경을 옆구리에 차고 가는 이곳 장성산과 잣봉도 그중의 하나이다. 요즘에는 래프팅(rafting)과 등산, 그리고 강변 트레킹(tracking)을 병행(竝行)해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거운리 주차장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國道/ 태백방향)를 타고 영월까지 달린다. 서영월IC에서 빠져나와 영월읍을 통과한 후, 31번 국도(태백방향)를 타고 석항방면으로 달리다가 동강교차로(交叉路 : 영월읍 덕포리)에서 좌회전하면 섭새로 들어가는 동강터널이 나온다. 이 길(동강로)을 따라 7km쯤 들어가면 거운리(산행 종료지점)가 나오고, 이어서 장성산 아래로 뚫린 터널을 통과하면 산행이 시작되는 문산리이다.
▼ 장성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문산교(橋)에서 거운리 방향으로 150m쯤 떨어진 지점에서 오른편으로 열린다. 도로에서 산으로 가려면 냇물을 건너야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냇가로 내려갈 수 있도록 철(鐵)계단이 놓여있고, 개울에는 친절하게도 징검다리까지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화강암을 사각(四角)기둥 모양으로 깎아 놓은 징검다리는, 비록 투박하지만 큰 장마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듬직하다.
▼ 징검다리를 건너 맞은편 산비탈에 놓인 철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의 사면(斜面)을 옆으로 째면서 10분쯤 오르면, 산길은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깎아지른 절벽인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의 강원도 사투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뼝대의 아래를 흐르는 동강(東江)의 물줄기가 장마로 인해 제법 거센데도 불구하고, 넘실대는 강물에는 꽤나 많은 고무보트들이 떠다니고 있다. 싱그럽기만 한 그들의 함성(喊聲)에 산길을 걷는 나까지도 활기가 차오른다. 강 건너 주차장에는 아침나절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다. 동강의 새로운 명품 브랜드(brand)로 정착된 ‘래프팅 (Rafting)’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것이리라. 물론 나와 함께 온 산악회(산과 바다)도 나를 위시한 다섯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래프팅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 뼝대 위로 이어지는 길은 하늘길이다. 왼편 발아래에는 뚝 끊어진 절벽(絶壁)이 날카롭게 서있고, 그 아래를 흐르는 강물은 유유히 휘돌아나간다. 절벽과 강, 그리고 건너편 마을이 한데 어울리며 환상적인 하모니(harmony)를 빚어내고 있다. 갑자기 불어오는 강바람 한줄기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어르듯 식혀주며 지나간다. 구태여 급하게 걸을 필요가 없는 능선길이다.
▼ 뼝대 위로 난 산길은 왼편이 날카로운 절벽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위험할 것 같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친절하게도 영월군청에서 절벽 쪽에다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로프를 넘어가지 않은 이상에는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것이다. 안전로프 사이로 간간히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동강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산과 산 사이를 헤집으며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상(蛇行川)이다.
▼ 뼝대 위로 올라서서 30분 정도를 걸으면 ‘쌍쥐바위전망대’이다. 전망대에는 울타리를 두른 자그마한 목조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 서면 먼저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부터 든다. 문산리 마을을 싸고도는 둥그런 강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풍광(風光)이 한마디로 환상적인 것이다. 거기다가 강물에 점점이 떠다니는 고무보트들, 동강이 아니면 결코 그려낼 수 없는 그림일 것이다. 강과 산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풍경(風景)이 바로 이곳에 있다. 참고로 쌍쥐바위는 전망대(展望臺)일대 바위들의 생김새 때문에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강 건너 문산리 마을에서 보면 이곳 절벽이 두 마리의 쥐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쥐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이고, 또 다른 하나는 머리를 문산나루 쪽으로 향하고 동강 물을 마시는 형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 쌍쥐바위 전망대 근처(100m 거리)에서 길이 둘로 나뉜다(이졍표 : 문산2리 1.0Km/ 문산나루터 1.2Km). 오른편은 문산2리로 내려가는 길이니 장성산으로 가려면 당연히 능선을 따라 곧장 진행해야 한다. 갈림길을 지나면 또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곳부터 장성산까지의 구간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산길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인데다, 동강의 물줄기까지도 짙은 참나무 숲 뒤로 숨으면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갈수록 걸음걸이가 더뎌지기 시작한다. 무더운 여름날에 바람 한 점 없는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제 속도(速度)를 내는 것이 차라리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 전망대를 출발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TV안테나’가 설치된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이겠거니 하지만 이곳은 정상이 아니다. 건너편에 이보다 조금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 바라보이는 봉우리도 장성산 정상은 아니었다. 밋밋한 무명봉(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멋진 老松이 山頂을 장식하고 있다)에 올라서면 진행방향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골까지도 제법 깊다. 그만큼 힘이 든다는 얘기이다.
▼ 눈요깃거리 하나 없는 산길에서 무더위와 싸우다보면 어느덧 장성산이 그 정수리를 드러낸다. ‘쌍쥐바위 전망대’에서 한 시간, 산행을 시작한지는 1시간45분이 지났다. 정상에는 말뚝 모양의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정선 448, 2004년 복구), 그리고 이정표(쌍쥐바위전망대 1.6km, 레프팅출발지/ 잣봉 1.5km, 어라연전망대)가 세워져있다.
▼ 장성산 정상은 잡목(雜木)을 베어내고 깨끗하게 정리를 해놓은 덕분에 조망(眺望)이 시원스럽다. 서쪽에 보이는 접산에서는 풍력발전기(風力發電機)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돌리고 있고, 남쪽으로는 영월 뒷산인 봉래산과 천문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하나 아쉬운 것은 동강의 물줄기가 숲에 가려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 너머에 펼쳐지는 고고산과 완택산, 그리고 계족산 등이 볼만한데도 말이다.
▼ 장성산에서 잣봉으로 가는 길은 초반에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두 산의 고도(高度) 차이가 150m나 되니 별 수 없었을 것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좋은 점도 하나는 있다. 가끔 숲이 열리면서 조망(眺望)이 트이기 때문이다. 완택산과 고고산, 그리고 계족산과 응봉산 등 강원의 고산준령(高山峻嶺)들이 첩첩이 쌓이면서 산그리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광경이 강원도의 진면목인 것이다.
▼ 가파른 구간이 지나면서 산은 그 모습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온통 참나무로 둘러싸여있던 능선이 이번에는 소나무 일색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길가에 의미 없는 이정표 두 곳(#1 : 잣봉 0.7km/ 장성산 0.8km, #2 : 잣봉 0.5km/ 장성산 1.0km)을 지나면 안부에서 임도(林道)를 만나게 된다. 거운리와 어라연의 위편에 있는 큰마차마을을 잇는 임도이다.
▼ 임도에는 이정표가 두 개다. 하나(장성산 정상 1.1km/ 잣봉 정상 0.4km/ 거운리 0.9km/ 큰마차 0.7km)는 잣봉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져 있고, 다른 하나(장성산 1.1km, 쌍쥐바위전망대길 2.6km)는 장성산 방향 들머리에 ‘잣봉 등산안내도’와 함께 세워져 있는데, 이 이정표에는 장성산 방향만 표기를 해 놓았다. 두 번째의 이정표가 잘못된 것 같이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영월군에서 이정표를 세우면서 모든 이정표마다 거운리를 출발해서 가고자하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만 표시해 놓고, 반대방향은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방향인 문산나루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므로, 영월군청에서 조금 더 심사숙고(深思熟考)해 주길 바래본다. 임도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갈 경우 거운리로 내려갈 수 있으나, 잣봉 구경을 포기하고 내려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인 어라연과 삼선암은 잣봉을 오르지 않고서는 결코 구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임도에서 잣봉 정상은 400m, 느긋하게 걸어도 1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거리도 멀지 않을뿐더러 경사(傾斜)까지도 완만(緩慢)하기 때문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녹음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금방 잣봉의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제법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잣봉 정상은 아까 장성산과 마찬가지로 삼각점과 말뚝 모양의 정상표지석이 지키고 있고, 특이하게도 이정표 두 개(#1 : 장성산 1.4km, 쌍쥐바위전망대 3.0km/ 어라연전망대 1.1km/ 어라연, #2 : 어라연 1.0km / 마차 1.4km)가 세워져 있다. 잣봉 정상도 조망(眺望)이 뛰어난 편이다. 북쪽으로 잣봉의 모산(母山)인 장성산과 동쪽으로 고고산으로 이어지는 산릉, 그리고 남쪽으로는 완택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잣봉에서 목적지인 거운리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잣봉 능선을 타고 작은마차마을로 해서 내려가는 산길과, 삼선암 바로 앞까지 내려가 강변을 따라 빙 둘러가는 길이다.
▼ 잣봉 정상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어라연 방향으로 내려선다. 동강이 자랑하는 절경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능선에서 어라연을 바라보는 눈요기만으로도 괜찮다면 곧장 마차리 방향으로 내려가도 되겠지만, 그럴 수야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려가는 길의 초반은 완만한 능선으로 시작된다. 8분쯤 내려갔을까 갑자기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동강의 풍광(風光)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어라연의 한가운데를 상선암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옆으로 좁쌀만한 래프팅 보트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 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급격하게 가팔라진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길 양편에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갈지(之)자를 만들면서 고도(高度)를 낮추는 내리막길을 따라 20분 가까이 내려가면 삼거리(이정표 : 전망대 0.1Km/ 어라연 0.1Km/ 잣봉 1.0Km)가 나온다. 굳이 이곳까지 온 이유가 어라연과 삼선암이라면 능선의 끝자락을 향해 조금 더 걸어야 한다. 동강의 물줄기는 이 산줄기에 막혀 어라연 직전에서 180도를 꺾어 급하게 휘돈다. 이제 막 급커브를 튼 물줄기 한가운데에 3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삼선암이 떠있다.
▼ 삼거리에서 100m가량 더 나아가면 능선의 끝자락 어림에 있는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전망대에 서면 '동강의 백미(白眉)'로 불리는 **어라연(魚羅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으로 둘러싸인 강물 위에 잘생긴 바위섬이 떠 있다. 동강은 휘돌아 흐르는 물돌이에 의해 강 중간에다 세 개의 작은 섬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기암(奇巖)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들은 머리 위에 소나무 관을 쓴 채 의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강의 상부, 중부, 하부에 3개의 소(沼)가 형성되어 있고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총총히 서 있는 형상은 바라보는 각도(角度)에 따라서 그 모양들이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달리 보인다.
(**) 어라연(魚羅淵 : 명승 제14호), 동강 최고의 비경(秘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어라연(魚羅淵)이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이름은 아무 곳에나 붙일 수 있는 흔한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겁(億劫)의 세월을 머금은 동강은 주변의 산을 깎아내며 절벽(絶壁)을 만들고, 강의 한 가운데에다 바위 봉우리를 만들어 놓았다. 삼선암(상선·중선·하선)과 뼝대(絶壁 : 강원도 사투리로서 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 옥순봉 등이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다 새하얀 모래톱이 어우러지는 풍광(風光)은 가히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가 아닐 수 없다. 예술에 문외한(門外漢)들까지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다.
▼ 어라연 일대의 수직절벽(垂直絶壁)은 강물의 침식(浸蝕)에 의해 생긴 것으로 다른 강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협곡(峽谷)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일러 감입곡류하천(嵌入曲流河川)이라고 부른다. 혹시라도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주변의 경관(景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어라연 일원은 하천 지형(地形)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학습장이니까 말이다.
* 감입 곡류 하천(嵌入 曲流 河川, incised meander), 감입사행천(嵌入蛇行川)이라고도 하며, 산간 지역의 골짜기를 깊이 파면서 흐르는 곡류 하천을 말한다. 이는 하천이 지반의 융기(隆起)에 의해 침식작용이 부활해지면서, 하천의 하각작용(下刻作用)이 강렬하게 작용할 때 나타난다. 즉 원래의 유로를 유지하면서 더욱 깊은 협곡(峽谷)을 만들며 곡류(曲流)한다. 따라서 길이가 직선거리보다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감입 곡류 하천은 고위 평탄면과 함께 과거 한반도 지형이 융기(隆起)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 지형이라고 할 수 있다.
▼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산행을 이어간다.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금방 강변(江邊)이다. 강변에 내려서서는 줄곧 강줄기를 따라간다. 강변을 따라 걷는 일은 마냥 행복하다. ‘산 좋고 물 좋고, 그 가운데에 선 나 또한 좋기만 한데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 물이 맑지를 않는 것이다. 옛 선비들은 청산(靑山), 옥수(玉水), 명경(明鏡)이라는 세 단어를 사용하여 시를 많이 지었다. 물이 하도 맑아, 푸른 산이 거울처럼 비추인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얘기인가. 그러나 오늘 본 동강의 물은 아쉽게도 탁했다. 비가 온 탓이려니 하기에는 무언가 꺼림칙할 정도로 노란색과 초록색을 합쳐 놓은 것 같이 탁해있는 것이다. 언젠가 영월에 사시는 분에게서 동강의 물이 상류에 있는 도암댐으로 인해 오염(汚染)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은 도암댐의 오염된 물을 장마 때에 방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그 영향으로 강물이 탁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동강물은 결코 오염되어서는 안 된다. 자주 물에 빠져야하는 래프팅 중에는 물을 들이키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 어라연에서부터는 동강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트레킹 코스다. 강변을 따란 난 길은 처음에는 산비탈을 옆으로 째면서 이어지다가 이내 자갈이 깔린 순수한 강변길을 따르게 된다. 길가에 이번 장마에 떠내려 온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을 보면, 폭우(暴雨)가 아니더라도 장마 때에 이 코스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 25분쯤 걸으면 ‘된꼬까리 여울’이 나오고, 곧이어 삼거리(이정표 : 만지/ 어라연 1.0Km/ 등산로 아님)가 나타난다. 물살이 세다는 ‘된꼬까리 여울’을 지나면 과거 동강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滿池)다. 만지는 '제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은 옛날 목재(木材)를 운반하던 떼꾼들이 잠시 쉬어가던 곳이었다. ‘전산옥(全山玉)이라는 주막(酒幕)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산옥은 1970년대 초반까지 이곳에서 주막을 지키던 주모(酒母)의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비록 ‘정선 아리랑’ 가락으로만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당시에는 동강 떼꾼들의 애환(哀歡)을 달래주던 곳이었다. 이곳을 지키던 전산옥이란 주모의 이야기는 가히 전설(傳說)이었다고 한다. 정선 아리랑에는 '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아 술상차려 놓게'라는 구절(句節)이 있다. 뗏목이 위험한 곳을 다 지났으니, 이제 전산옥이란 주막에서 술 마실 일만 남았다는 얘기이다. 옛날 떼꾼들은 정선이나 평창에서 나무를 베어 뗏목을 엮은 뒤 서울 마포까지 원목을 팔러 다녔다. 강줄기마다 주막이 있었지만 가장 인기 있던 곳이 만지나루 주막이었던가 보다. 구성진 아리랑 가락과 웃음으로 떼꾼을 홀렸을 법한 전산옥 때문에 떼꾼들은 나무를 팔아 번 돈을 모두 주막집에 쏟아 붓고, 집에 갈 때는 결국 고등어 한손 살 돈밖에 없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이란 그저 아리다운 여자의 애교에 안 넘어가고는 못 배겼나 보다.
▼ 빈터만 남은 ‘전산옥터’ 근처에서부터 강변길은 차량이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넓어지면서 곧이어 오른편 언덕위에 자리 잡은 어라연상회가 나타난다. 전산옥이라는 아리따운 주모(酒母)는 아닐망정 여염집 아낙네들이 파전 등 안주거리에다 술과 음료수를 팔고 있으니,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꿀맛 같은 동동주로 낭만을 즐기기에는 너무 혼잡스럽다는 것이다. 래프팅을 하면서 중간 쉼터로 이용하고 있는 탓에, 래프팅의 전성기인 여름철에는 몰려드는 래프팅 손님들로 인해 발을 디딜 틈도 없는 것이다.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저 사람들은 과연 전산옥이라는 주막을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 어라연상회에서 거운리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 가까이를 더 걸어야만 한다. 이곳 동강 일대에는 굽이치는 강물이 급류(急流)를 형성하는 곳이 더러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심심산골에서 자른 나무로 뗏목을 엮어서, 저 물길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뗏목은 보이지 않고, 뗏꾼들이 불렀다는 노랫가락도 들을 수 없다. 대신 그 자리를 래프팅 보트들이 떠다니고, 인솔자의 구령에 맞춰 내지르는 젊은이들의 함성소리가 차지하고 있다. 강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래프팅마니아들의 함성소리를 벗 삼아 20분 넘게 걷고 있는데, 임도가 난데없이 다시 산으로 향하고 있다. 집사람의 얼굴표정이 변하는 순간이다. 집사람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앞서가던 일행께서 ‘이 길이 맞느냐’고 물어오는 것을 보면 그도 역시 죽을 맛인 것이 뻔하다. 하긴 이미 다리가 풀린 상태에서 다시 산등성이로 오르는 길을 보고 얼굴표정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차라리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산등성이를 넘으면 화장실을 갖춘 삼거리(이정표 : 잣봉 2.4km, 마차 1.4km/ 어라연 2.4km, 만지 1.6km)가 나타난다. 오른편에 보이는 길은 잣봉에서 마차마을을 거쳐 내려오는 길이다.
▼ 산행날머리는 거운리 ‘동강탐방안내소’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푸른하늘 펜션’을 지나 또 다시 삼거리(이정표 : 잣봉 2.5km, 어라연 2.8km)가 나온다. 그런데 삼거리에 세워진 이정표의 거리표시가 좀 이상하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삼거리의 이정표에는 어라연까지의 거리와 잣봉까지의 거리가 같았었데, 갑자기 어라연까지의 거리가 0.3Km가 늘어나 버린 것이다. 잣봉 삼거리에서 10분쯤 더 걸으면 산행이 종료되는 거운리 ‘동강탐방안내소’이다.
♧ 에필로그(epilogue), 산행을 함께한 ‘산과 바다 산악회’는 지난해 6월 백운산 산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OK 마운틴’의 검색창에 뜬 산악회의 이름이 생소했었는데, 막상 찾아와보니 지난해에 함께 산행을 했던 적이 있었던 산악회인 것이다. 비록 산악회 이름은 ‘와일드로즈’에서 ‘산과 바다’로 바뀌었지만, 영리(營利)를 떠난 듯 보이던 산악회의 이미지는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 오리백숙에 이어 나오는 수박 후식은 보통의 안내산악회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늦게 도착해서 미안해하는 내 곁에 앉아 술잔을 권해준 산악회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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