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스크랩] 운일암반일암 협곡을 만들어 낸 바위산 명도봉(`13.7.21) 본문
명도봉(明道峰 , 863m)
산행일 : ‘13. 7. 21(일)
소재지 : 전북 진안군 주천면
산행코스 : 운일암반일암관리사무소→무지개다리→능선갈림길→명도봉→전망대→너덜지대→살롬수양관입구→칠은교→팔각정→협곡→관리사무소(산행시간 : 3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명덕봉은 산 자체보다는 산이 만들어 놓은 **‘운일암반일암(雲日巖半日巖)’이라는 협곡(峽谷)으로 인해 외부에 알려진 산이다. 협곡을 구경하려고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왕에 온 김에 명도봉까지 올랐다가 돌아간다. 힘들게 낳은 자식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단 명도봉을 올라보면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져버린다. 스릴(thrill) 넘치는 암릉과 정상에서의 뛰어난 조망(眺望) 등은, 꼭 운일암반일암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올라봐야 할 산세(山勢)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산행시간이 짧다는 것이 흠(欠)이라면 흠이다.
(**) 운일암반일암(雲日巖半日巖), 명도봉과 명덕봉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협곡(峽谷)과 함께 이어지는 55번 지방도는 옛날 전라감영인 전주와 용담현을 오가는 지름길이었다. 이 길과 나란히 달리는 계곡이 깎아지른 절벽에 하늘과 돌 그리고 나무만 있을 뿐, 오가는 것이라곤 구름(雲)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운일암(雲日巖), 그리고 계곡이 깊어 반나절(半日)밖에 햇빛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반일암(半日巖)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호사가(好事家)들은 또 다른 설(說)도 들먹인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수십 길 아래 깎아지른 절벽 위를 가자니 너무 겁이 나 울면서 기어갔다 하여 운일암, 또는 공물을 지고 가던 관리가 이 길이 어찌나 험했던지 불과 얼마가지 못하고 해가 떨어진다 하여 '떨어질 운(隕)' 자를 써 운일암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앞의 설에 공감이 더 가는 이유는 왜일까. 어쩌면 호사가들이 주장하는 설에는 반일암에 대한 내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
대전-통영간고속도로 금산 I.C를 빠져나와 금산읍을 통과한 다음 13번 국도(國道/ 장수읍 방향)를 타고 용담호(湖) 방향으로 들어가다 봉황천(川) 위로 난 음대교(橋)를 건너기 바로 직전 용수목삼거리(금산군 남일면 신천리 : 용수목휴게소 참조)에서 우회전하여 55번 지방도를 타면 얼마 안 있어 주천면소재지(所在地/ 주양리)에 이르게 된다. 55번 지방도는 주천면소재지를 지나서 동상면(완주군)으로 연결되는데, 가는 도중에 운일암반일암 협곡(峽谷)을 지나게 된다. 협곡의 초입에 위치한 운일암반일암관리사무소(주천면 주양리)가 명도봉 산행의 들머리이다.
▼ 산행은 ‘전주산장(식당)의 뒤편에 있는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전주산장은 ‘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에서 조금만 더 계곡 상류(동상면 방면) 쪽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주차장을 출발할 때 관리소 건물 뒤편에 바라보이는 산봉우리가 바로 명도봉이다.
▼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곧이어 오른편 산비탈로 오르는 철계단이 보인다. 등산로와 산책로가 나뉘는 갈림길(이정표 : 등산로 입구. 명도봉 1.4Km. 산책로 입구, 칠은교 1.0Km)이다. 갈림길에서 직진으로 50m쯤 더 진행하면 오른편으로 오솔길이 열린다. 들머리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는 않으나. 첫 번째로 열리는 오솔길이라는데 유의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오솔길 주변은 온통 산죽(山竹)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죽은 크기가 어른의 가슴께나 차기 때문에. 울창하게 우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경관을 보는 데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산죽길이 끝나면 너덜지대가 나타나는데 오르기가 여간 사납지 않다. 바닥에 깔린 돌들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데다가, 심지어는 밟을 때마다 움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근처 바위들이 잔뜩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면, 햇빛 한 점 스며들기 힘들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 거대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너덜길은 드디어 끝을 맺는다. 산길은 절벽을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키더니 이번에는 왼편으로 거의 180도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 모든 게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벼랑 탓이다. 아까 산행을 시작할 때 바라보이던 암릉이 투정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산길이 비록 가파른 경사(傾斜)에다 거칠기까지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만일 길까지 희미했더라면 낭패를 면치 못했을 정도로 힘든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 바위벼랑 아래를 따라 이어지는 산길은 거칠기 그지없다. 안전시설물이나 길가의 나뭇가지 등 뭔가의 도움 없이는 결코 오르내릴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든 구간이 반복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돌과 나무뿌리 등이 미끄럽기까지 해서 한 발자국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인 것이다. 거기다 산죽과 다래넝쿨 등이 마구 뒤엉켜 있어서 헤치고 나가는 것도 여간 고역(苦役)이 아니다.
▼ 바위벼랑을 피해 이리저리 꿈틀대던 산길은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수직(垂直)으로 날카롭게 선 거대한 바위절벽아래를 지나게 만든다. 바위절벽은 여러 곳을 움푹하게 파 놓았다. 10여명 이상이 충분하게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널따란 게 이방인(異邦人)을 위한 산신령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동혈(洞穴)은 천장에서 제법 많은 양의 물방울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지니고 간 물에 여유가 있지만 두 손으로 받아 마셔본다. 암반수(巖盤水)의 맛을 음미해 보기 위해서이다. 내 기대를 무너뜨리기 아쉬웠던지 물맛은 시원하면서도 달았다.
▼ 바위절벽 지대를 통과한 산길은 짧게 아래로 내려섰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다시 오르막길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경사(傾斜)가 심하게 가팔라진다. 누군가는 이런 길을 보고 코에서 흙냄새가 날 정도라고 했다. 그만큼 코가 땅에 가깝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오르고 있는 길은 너덜길, 흙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보다 더 심한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불행임이 분명하다. 너덜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위로 오르는데 힘이 배나 더 들기 때문이다. 너덜길에는 쇠사슬을 매어 놓았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위험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쇠사슬을 만날 수가 있다. 그러나 오늘 같이 땀을 많이 흘리는 날에는 쇠사슬을 잡다가는 자칫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가 있다. 땀이 묻은 손으로 쇠사슬을 잡을 경우에는 물기로 인해 미끄러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에서는 이런 점을 유의해서 안전시설을 설치해주시길 바래본다. 사실 경사(傾斜)가 심한 구간에서는 땀에 젖지 않았을지라도 쇠사슬을 붙잡고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 너덜길이 끝나면 드디어 주능선삼거리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가까이 지났다. 산행을 시작한 전주산장까지의 거리가 0.9Km이니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 샘이다. 그만큼 힘든 구간이었음을 반증(反證)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삼거리에 세워진 이정표(명도봉 0.6km/ 주차장 1km/ 전주산장 0.9km)에 주차장이 표기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운일암반일암관리사무소 주차장보다 조금 아래쪽에 위치한 널따란 주차장을 말하는 모양이다. 비록 전주산장보다 100m 정도 더 먼 거리이지만, 들머리를 주차장으로 잡는 것이 보다 더 쉬웠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안부삼거리에서 명도봉으로 가려면 진행방향의 주능선을 피해 왼편으로 우회(迂廻)해야 한다. 주능선이 거대한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사람이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윗길은 짧게 아래로 내려서더니 이번에는 경사(傾斜)가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비록 흙길이지만 낙엽(落葉)이 수북하게 쌓여있어서 오르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 비탈길을 올라서면 또 다시 암릉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회(迂廻)를 시키지 않고 바위벼랑을 그냥 기어오르라고 한다. 초보 등산객들이 가장 애를 먹는 구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바위 앞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바위에 매달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아낙네들이 그 원인이다. 바위벼랑에는 굵직한 쇠사슬이 매달려있다. 그리나 튼튼한 쇠사슬 대신에 다들 옆에 보이는 가냘픈 로프에 매달려 벼랑을 오르고 있다. 땀에 젖은 손으로 쇠사슬을 잡을 경우 손이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 바위구간이 끝나서도 가파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5분 정도 오르니 안부에서 오른편으로 길이 하나 갈라진다. 이정표가 없어서 어디서 올라오는 길인지 알 수 없지만 오늘 들머리로 삼았던 ‘무지개다리’에서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 근처에 용담호(湖)와 건너편 명덕봉이 잘 조망(眺望)되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는데, 더위에 지쳐버린 탓인지 그냥 지나쳐버리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 안부에서 10분 조금 못되게 더 오르면 드디어 명도봉 정상이다. 비좁은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작은 정상표지석 하나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다.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조망(眺望) 또한 트이지 않는다. 정상이 비좁아서인지 이정표(칠은이골 1.3Km/ 복두봉 5.5Km/ 주차장 1.6Km)와 산행안내판은 정상을 조금 비켜난 곳에 세워 놓았다.
▼ 명도봉 정상은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시야(視野)가 트이지 않는다. 만일 탁 트인 조망(眺望)을 즐기고 싶다면 바로 아래에 있는 경주 이씨(慶州 李氏) 묘(墓)로 내려가면 된다. 묘 앞에 서면 구봉산과 복두봉, 그리고 운장산 등 1000m급 고산준령(高山峻嶺)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봉산의 암릉들은 상어이빨처럼 날카롭게 돌기하고 있고, 구봉산과 운장산 사이에 뽈록하게 돌출된 복두봉은 어느 분의 말마따나 여성의 젖꼭지를 쏙 빼다 박았다. 행여 배라도 고플 경우에는 무덤으로 내려가는 게 좋다. 명도봉 정상에는 여러 사람이 둘러앉을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분(묘지에 잠들고 계신 분)은 일 년 내내 배가 고프지 않겠네요.’ 점심을 먹으며 너스레를 떨고 있는 어느 아낙네의 말에 나도 몰래 고개가 끄떡여진다. 하긴 이곳에 장지(葬地)를 만드느라 고생했을 자손(子孫)들을 생각해서라도 그 정도의 발복(發福)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 칠은교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면 비록 길지는 않지만 능선을 따르게 된다. 능선은 왼편이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탓에 간간히 시야(視野)가 열린다. 그러다가 맞닥뜨리게 되는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아까 묘(墓)에서 보았던 조망이 또 다시 펼쳐진다. 진안 일대의 웬만한 봉우리들이 죄다 확인될 정도로 조망(眺望)이 환상적이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구봉산과 복두봉, 그리고 운장산은 동봉과 주봉, 서봉이 일렬로 서있다.
▼ 전망바위에서 칠은교 방향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한마디로 고난(苦難)의 길이다. 사납고도 드센 너덜길이 계속되는데, 힘들게 내려가는 사람들을 위로라도 하려는 양 산죽들이 길 양편에 길게 도열해 있다. 너덜길은 축축하고 음습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당연히 바닥에 깔린 돌들도 잔뜩 습기를 머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악조건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한마디로 말해 최악의 조건인 것이다. 다행이 바람이라도 한 점 불어주면 좋으련만 야속한 바람은 흉내조차 내주지 않는다.
▼ 30분 조금 못되게 내려오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에 산악회 리본들이 더 많이 매달려 있지만 오른편으로 진행한다. 너덜길이 계속되는 왼편보다는 오른편에 보이는 길이 한결 나아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른편 길도 부담스럽기는 매 한가지였다. 햇빛 한 점 스며들지 못 할 정도로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대한 다래넝쿨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덧 도로(살롬수양관 입구)에 내려서게 된다. 정상을 출발한 지 50분 정도가 지났다. ‘와! 타잔이 타고 다녀도 되겠다.’ 앞서가고 있는 부산 아지매가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 넝쿨이 무슨 넝쿨인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봄내 향긋한 다래순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모르는 아낙네가 분명하다.
▼ 도로에 내려서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10분이 채 안되어서 칠은교(橋)에 이르게 된다. 칠은교는 주자천(朱子川)을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주자천이라는 이름은 고려(高麗) 때 주자의 종손인 주찬이 다녀갔다 하여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지금도 인근 주천사에서는 주찬 선생을 추모하는 제사를 올린다고 한다. 칠은교(橋)를 건너면 55번 지방도이다. 이곳에서 왼편은 동상면(완주군)으로 넘어가는 길이니 관리사무소로 가려면 오른편 주천면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길은 운일암반일암(雲日巖半日巖) 협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양편이 기암절벽(奇巖絶壁)으로 이루어진 협곡(峽谷)의 왼편으로 도로가 나 있는 것이다. 운일암반일암은 북쪽의 명덕봉(해발 846m)과 남쪽의 명도봉(해발 863m)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기나긴 협곡이다. 이 계곡을 흐르는 물(주자천)은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는 용담호(湖)를 거쳐 금강 상류로 이어진다.
▼ 계곡의 백미(白眉)는 누가 뭐래도 협곡 옆의 자그마한 암봉 위에 새워놓은 도덕정이라는 정자(亭子)이다. 암봉 위에 오롯이 올라앉은 정자의 자태만으로도 멋진 풍광(風光)을 빚어내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것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팔각정 주변에는 크고 작은 기암과 절벽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하고 있고, 계류를 딛고 일어선 절벽에는 풍상을 이긴 소나무들이 절벽과 어우러지며 잘 그린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깎아지른 기암절벽 아래를 옥수(玉水)가 휘감아 돌면서 곳곳에 작은 폭포(瀑布)와 소(沼)를 연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 대자연이 만들어 낸 절경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운일암반일암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원점회귀)
팔각정에서 내려가다 오른편으로 잠깐 고개를 돌리면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깎아지른 절벽(絶壁)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거대한 바위 하나가 걸터앉아 있다. 바로 ‘대불바위’이다. 대불바위에는 ‘쌍고도덕 대명일월(雙高道德 大明日月)’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하지만, 내 시력(視力)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조선(朝鮮) 후기의 학자 김중정(1602~1700년)이 새겼다고 하는데 그는 주천 산간오지(山間奧地)에서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낙향의 한을 시와 거문고를 통해 달랬고, 후학(後學)들에게는 충효와 근검정신을 일깨운 인물이라고 한다. 대불바위를 지나 조금만 더 걸어내려오면 산행을 시작했던 운일암반일암관리사무소이다. 살롬수양관 앞에서 관리사무소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돌아오자마자 근처 냇물로 뛰어들고 본다. 물론 옷을 입은 채다. 무더위에 지친 몸은 옷을 벗을 시간조차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다란 기암(奇巖)들 사이를 휘감으며 흐르는 물은 투명할 정도로 맑음에도 불구하고 차지가 않다. 의외이지만 땀에 절은 몸을 씻기에는 냉천수(冷泉水)보다 더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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