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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아이 양육(Bringing Up Baby, 1938)

산마루금 2015. 7. 17. 12:31


<베이비 길들이기>에는 “사랑의 충동이란 종종 갈등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말은 하워드 혹스의 영화 거의 대부분에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점에서는 당연히 이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도 예외가 될 순 없다. 영화는 잃어버린 공룡 뼈를 찾으려 하는 소심한 고생물학자와 별 이유도 없이 그에게 방해가 되기만 하는 듯한 젊은 여인이 만나고 함께 하면서 빚어지는 떠들썩한 소동을 따라간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이 이야기가 ‘광기’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어떤 힘에 의해 아주 멀리까지 나아가려 한다는 점이고 또 그 과정 중에 남성/여성, 정상/광기, 포식자/먹이, 포획/감금 등의 서로 대립하는 영역들이 그 너머의 자리를 넘보거나 자리바꿈을 하려한다는 점이다. 해롤드 로이드가 자기가 본 것들 가운데 구성이 가장 뛰어난 코미디라고 평가했던 이 영화는 개봉 당시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진가를 인정받는 대단히 ‘모던한’ 코미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