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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함박산~종암산 (창녕)

산마루금 2015. 2. 18. 14:36

 

 

늦가을 잎 떨군 나무들...푹신한 능선길 산행 묘미

  

 

 

 

 

 

 

울긋불긋하던 잎이 지고 겨울이 가까워지면 우리나라 산은 밋밋해진다. 특히나 겨울이라도 눈 구경 하기 어려운 근교의 평범한 육산은 더하다. 하지만 오히려 산의 참모습을 들여다보고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이가 봄부터 가을에 걸쳐 산을 찾다가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발길을 한동안 끊는다. 그렇지만 따뜻한 옷과 음식 등 산행 채비만 제대로 하고 나선다면 겨울 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산행의 묘미를 즐기면서도 안전을 위해서는 적당히 길면서도 적당히 짧은 코스를 잡아야 한다.

창녕 영산면에서 부곡온천으로 이어지는 함박산(501m)과 종암산(宗岩山·547m) 코스가 요즘 같은 때에 적당한 곳이다. 두 개의 봉우리를 이어 걷지만 거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길지는 않고 산 높이도 고만고만해 심리적인 부담도 적다. 그렇다고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코스이기도 하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능선을 걷는 내내 겨울이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옆에서 맞아야 한다. 게다가 물결치듯 오르내리는 능선을 걷다 보면 예상보다 체력 소모가 많다.

들머리엔 함박산 약수, 날머리엔 부곡온천

   
함박산에서 종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걷고 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푹신한 길은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함박산~종암산 코스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들머리에 영산 만년교와 영산석빙고 등 2개의 보물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아 둘러볼 만하다. 또 전국 3대 약수로 유명한 함박산 약수 한 잔을 빠트릴 수 없다. 산행을 마치는 부곡온천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전국에서 최고 수온을 자랑하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오는 것도 좋다.

이번 함박산~종암산 코스는 영산호국공원을 지나 영산석빙고에서 출발해 칠성암~함박산 약수~약수사 뒤 삼거리~안부 삼거리~작은 동굴~안부 삼거리~함박산 정상(~다시 안부 삼거리)~512m봉~종암산 입구 삼거리~종암산 정상(~다시 삼거리)~활공장 삼거리~큰재~체육시설을 거쳐 레이크힐스 호텔부곡에서 마무리한다. 산행 거리는 총 10㎞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4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30분 안팎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영산 버스정류소에 내리면 사실상 산행이 시작된다. 정류소에서 부곡 방향으로 200m 정도 가면 교차로다. 여기서 2시 방향 부곡 쪽으로 50m가량 가면 왼쪽으로 영산석빙고·약수사 등의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 방향대로 만년교 돌다리를 지나 계속 가면 된다. 영산 만년교(萬年橋)는 1780년 정조 때 만든 돌다리로 보물 제564호로 지정돼 있다. 1㎞가량 가면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오르막길이 있고 길가에는 함박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산행 시작 전에 도로를 따라 정면으로 100m 정도 더 가서 영산 석빙고를 둘러본다. 보물 제1739호로 지정된 석빙고는 돌로 벽을 쌓고 돔 모양의 천장을 만들어 두었다.

   
바위가 둘러싼 종암산 정상. '전망 좋은 곳'이란 이정표 표시와는 달리 나무 때문에 조망이 어렵다.
다시 함박산 안내도로 돌아와 산행을 시작한다. 콘크리트 도로를 오르면 칠성암을 지나 약수사 입구다. 정면 축대 사이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두 개의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영산 약수터다. 위장에 좋다는 약수로 물통을 채우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약수터 오른쪽의 약수사 대웅전 방향으로 가다가 체육시설 옆 '종해당대종사행적비' 왼쪽으로 오른다. 바로 위에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함박산 정상(0.8㎞) 방향이 아닌 오른쪽 '영산호국공원' 방향으로 접어든다. 소나무 숲 속 호젓하고 평탄한 길을 잠시 걷다 보면 나무계단이다. 가파른 오르막을 100m 정도 가면 안부 삼거리다. 오른쪽은 호국공원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라 오른다. 이정표에는 함박산 정상까지 0.8㎞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 거리는 배 가까이 된다. 10여 분 오르면 무덤이 나오고 바로 위에 삼거리다. 왼쪽 희미한 길은 약수사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곧 길이 사면을 따라 오른쪽으로 휜다.

산행거리 길지 않지만 오르내림 심해

   
함박산 가는 길에 나오는 작은 동굴.
한동안 완만한 사면을 걸으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작은 너덜 두 곳을 잇달아 지난 뒤 10분 정도면 길 왼쪽에 인공적으로 파낸 듯한 작은 동굴이 있다. 곧 안부 삼거리다. 왼쪽 오르막으로 간다. 조금 가파르기는 하지만 소나무 갈비가 푹신하다. 5~6분이면 헬기장이 있는 정상에 올라선다. 나무가 없는 남쪽으로만 조망이 열린다. 헬기장을 지나 정면으로 내려가는 길은 함박산 약수터 쪽으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올라온 길을 되돌아내려 간다. 다시 삼거리를 지나 10분 정도 올라가면 512m봉이다. 남쪽으로 평평한 바위가 있어 쉬면서 조망하기 좋다. 여기부터 본격적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이 시작된다. 완만하던 길이 급격하게 가팔라진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길이 미끄럽다. 왼쪽으로 영취산(682m) 암봉이 하얗게 빛나고 정면으로는 종암산과 덕암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등산로 곳곳이 넘어진 나무로 막혀 있다. 512m봉에서 20분 정도면 안부 삼거리를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오른쪽 뚜렷한 내리막은 덕곡리 방향이다. 왼쪽으로 골짜기 깊숙이 들어앉은 구계리 마을을 바라보면서 급경사길을 걸어 475m봉에 오르면 갓 만든 송전탑이 서 있어 우회해야 한다. 곧 다음 송전탑 아래를 지나면 나오는 삼거리에서는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옛 임도는 희미해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급경사를 잠시 오르면 490m봉이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와 완만한 길이 번갈아 나온다. 정면에 종암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다시 종암산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파른 흙길에 낙엽이 덮여 미끄럽지만 발길이 드물어 호젓한 분위기다. 20분가량 오르면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직진하면 부곡온천·덕암산 방향이다. 왼쪽 오르막은 종암산을 거쳐 화왕산(15.2㎞)으로 이어진다.

   
큰재에서 부곡온천으로 내려가는 임도.
종암산을 들렀다가 다시 되돌아 나온다. 정상까지는 100m가 채 안 된다. 이정표엔 엉뚱하게 종암산이 아닌 '전망 좋은 곳'으로 표기돼 있다. 정상엔 목재 덱을 설치해 두었지만 키 큰 나무가 둘러싸 조망은 어렵다. 오히려 정상을 중심으로 쪼개진 듯한 바위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볼거리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부곡온천 방향으로 간다. 여기서부터는 창녕군이 새로 길을 조성해 널찍하고 편안한 길이다. 곳곳에 나무벤치와 이정표를 만들어두었다. 30분 정도 가면 잇달아 세 곳의 무덤을 지나며 길이 임도처럼 넓어진다. 곧 활공장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부곡온천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여기서는 덕암산(1.7㎞) 방향 직진하는 왼쪽 길로 내려간다. 10분이면 정자가 있는 큰재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꺾어 임도로 내려간다. 가파른 곳은 부분부분 콘크리트 포장을 했다.

종암산 지나면 널찍한 등산로 새로 조성

   
영산호국공원에 있는 돌다리 영산 만년교.
예전의 호젓한 오솔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10분이면 덕암산 약수터 입구를 지나 체육시설이 나온다. 활공장에서 내려온 길과 만난다. 여기부터는 임도 왼쪽으로 산길이 연결된다. 잇달아 무덤을 지나 15분 정도 내려가면 녹색 그물망을 친 밭 사이를 지나고 곧 Y자 삼거리다. 여기서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잠시 후 레이크힐스 호텔부곡 앞으로 내려선다. 호텔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 부곡하와이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꺾어 100m 정도 내려가면 부곡 버스터미널이다.

떠나기 전에

함박산 약수는 전국 청정약수 '첫손'

   
등산로 초입 약수사에 있는 함박산 약수.
함박산~종암산 산행은 시작과 끝을 '물'과 함께 한다. 함박산을 오르기 전엔 차가운 함박산 약수가, 종암산에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올 땐 따뜻한 부곡온천이 있다. 부곡온천은 전국 곳곳에 많은 온천이 개발되다 보니 명성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전국에서 수온이 가장 높은 온천수라는 타이틀도 여전하다. 부곡온천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함박산 약수도 수질이 깨끗하고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함박산 약수는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전국 청정약수 7선에서 첫손에 꼽힌 곳이다. 7선에 오른 다른 약수로는 경북 청송 달기약수, 강원 인제 개인약수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약수터들이다. 함박산 약수는 8세기 중반 신라 경덕왕 때 발견된 것으로 전해져 와 전국 약수터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랜 곳이기도 하다.

함박산 약수에는 홀어머니와 아들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경덕왕 때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효심 깊은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함박산에 와서 나무를 한 짐 해두고 잠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불렀다. 꿈에서 깨어 노인이 부르던 곳으로 가보니 바위틈에 함박꽃이 피어 있고 그 밑에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고 한다. 이 물을 담아가 어머니에게 드려 마시게 했더니 오랜 속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하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영산IC에서 내린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영산면사무소 방향으로 가다가 영산석빙고 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부곡에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영산에서 내려 차를 회수하면 된다.

출처 : 달리는 거북이
글쓴이 : 달리는 거북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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