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입이 없는데 어찌 먹어요 / 해학 본문
입이 없는데 어찌 먹어요
원제 : 髥客逢辱 (염객봉욕)
어떤 자가 수염이 너무 많아 보기에도 추하게 생겼는데,
그 사람이 일이 있어 외출하였는데 때마침 추운 겨울이라 장차
어한(禦寒)코자 하여 한 주점에 들어가서 따끈한 술이 있냐고 물은 즉,
주점의 아이가 그 사람의 수염이 무성한 것을 보고 입을 다물고,
『손님께서는 술을 사서 무엇에 쓰고자 하시오니까?』 하고 웃으며 말하니 나그네가 가로되,
『내 지금 마시려고 한다.』 하니 아이가,
『입이 없는데 어찌 마시려고요.』 하니, 크게 노해 그 수염을 잡고 양쪽으로 가르며 가로되,
『이것이 입이 아니고 무엇이냐?』 한 즉 아이가 그 입을 보고 크게 이상하게 여겨,
『그런 즉 건너편 김아병(金牙兵)의 처도 장차 반드시 아기를 낳겠구먼요?』
이 아기를 낳는다는 말은 이 아이가 일찍이 김아병의 처가 음모가 너무 많아서
그 구멍을 덮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침 그 집의 노파가 막대기로 그 아이를 두드리며,
『네 아비가 비록 시골에 살아도 본시 지혜가 많고 지식이 많더니,
너는 어디로 해서 나왔길래 이와 같이 어리석고 몽매하냐?
손님의 입이 있고 없는 게 네게 무슨 관계며 하물며 다른 집 여인네의
구멍이 있고 없는 것이 너 같은 어린놈이 무슨 참견이냐?
말(馬)은 비록 수염이 드리웠으나 안공(眼孔)이 스스로 아래에 있고
개꼬리는 비록 커도 그 항문이 스스로 그 가운데 있지 털 많은 밑이라고 구멍이 없을까보냐.』
하고 꾸짖으니
나그네가 처음엔 어린애를 꾸짖어서 매우 유쾌했었는데,
그 나중의 두어 마디에 그만 부끄러움과 분함을 못 견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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