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금

요즘 논란의 중심 기미가요 이야기 본문

잠시 쉬면서...

요즘 논란의 중심 기미가요 이야기

산마루금 2014. 11. 1. 10:35

 

 

 

 

 

 

 

 

일단 기미가요를 좀 얹어놓고 나서 이 글을 쓰자.




기미가요는 사실 역사가 무지막지하게 오래된 "일본 민요"다.


대충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간다고 하는데, 연도로 치면 700~1000년대,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초쯤 된다.


말하자면 아리랑보다 역사가 오래 된 곡이란 뜻.



어디 뭐시기 민요집에 실린 기미가요의 가사는 대충 이렇다.



君(きみ)が 代(よ)は 千代(ちよ)に 八千代(やちよ)に 

기미가 요와 치요니 야치요니

그대의 대는 천년, 아니 팔천년을


さざれ 石(いし)の いわおとなりて 
사자레 이시노 이와오토나리테

작은 돌이 큰 바위가 돼


こけの むすまで

고케노 무스마데

이끼가 낄 때까지




가사 보면 알겠지만 기미가요라는 제목은 기미년 가요라는 게 아니라 노래 첫 가사가 기미가요 라서다. 


아리랑이 후렴이 아리랑이라서 아리랑이고 으르렁이 으르렁거려서 으르렁인것처럼.




민요라는게 어느나라나 다 그렇듯 이 노래도 참으로 재미없고 단순한 내용을 담은 곡인데, 바로 사랑타령이다.


지고지순하고 무조건 님이 잘되길 바라는 소녀의 구구절절함을 알아주시와요 뭐 이딴 내용인건데.





이게 메이지 시대때 부터 변한다.



일왕 메이지, 연호만 들어도 팔꿈치로 명치 존나 세게 치고 싶은 명치왕이 이 곡을 좋아한게 모든 문제의 시초다.



이름 목인, 아명 우궁, 메이지유신이라고 한국사에도 등장할만큼 대단한 업적을 가진, 일본 우파에겐 성황이라던가 하는 칭호도 받을만큼 대단한 이 왕은


사실 존나게 수구꼴통이다.


드러난 정책은 완전개혁이지만 본래 성격은 흥선대원군 저리가라 할정도의 "칸소야마토 (원조 대화, 말하자면 오리지널 쪽바리 정도)"을 추구하는 민족주의자인데


그 성향중 하나가 바로 천년 넘은 옛 곡을 그렇게 졸라 좋아해서 여기저기서 흥얼거리며 부른거다.


바로 기미가요.



참고로 이런 수꼴이 개혁정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원래 일왕은 아무 권력도 없이 도장만 찍는 떨거지새끼고


정작 힘쓰는 건 막부놈들이라 암만 일왕이 보기에 맘에 안들어도 막부가 도장찍으라면 찍어야된다






뭐 어쨌던


이 곡의 유일한 단점은 가사가 이렇게 이쁜데, 안타깝게도 음이 없는, 가사만 남은 노래라는 사실이었다.


졸라 음치인 명치왕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서 당대 일본에 와 있던 영국 출신 쩌는 군인 윌리엄 뭐시깽이라고 하는 놈한테 


순전히 이름값만 믿고 곡을 쓰라고 맡겼는데


아까 말했듯 수구꼴통인 이 명치왕이 듣기에 8음계에 막 뒤에서 코러스 아아아아~ 하는 곡이 좋게 들릴리가 없지.


당시 일본이 영국군에게 밉보이면 안되는 입장인데 (왜냐면 막부의 큰 권력자인 사쓰마 라는 가문이 영국 상인 목을 한방에 후려친 바람에 강제개혁이 일어난거라..ㅋ)


그딴거 생각않고 입에 개거품 물고 존나 "나의 기미가요는 이렇지 않다능!!!"하고 까고는


자기 전용 궁성아악가들을 전원 소집하고, 클래식의 최고라는 독일에서 쩌는 작곡가 프란츠 뭐시기를 붙여서


새로 만든게 지금 저기 올려놓은 저 음이다.



여담으로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자면 저 프란츠 뭐시기는 몇년 뒤에 우리나라 와서 대한제국 애국가도 작곡했다.

개드립 - [노잼][스압] 기미가요 이야기 ( http://www.dogdrip.net/59479553 )

 

 

 

 

 

 

 

뭐 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이 명치왕이 만들어진 곡을 들어보니 노래가 아주 명치를 후벼파게 좋다 이거야.


그래서 대뜸 이 곡을 대 일본국의 국가로 지정하겠다! 개뜬금포를 터뜨린거지




밑에놈들이 얼마나 당황했겠어. 


본인들은 지금 개혁이니 뭐니 그놈의 메이지유신 하느라 바빠죽겠는데 


실권도 없는 떨거지새끼가 와서 야 우리 이걸로 국가하자 이지랄하고 자빠졌으니 


얼굴에 곰보자국만 존나 난 이 소보로빵같은 놈 말을 들어줘 말어 하고 고민 많이 했을거라고.




그런 와중에 흔히 일본역사서에선 유신삼걸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김재규같은 놈들 중 하나가 있는데(대통령을 쏴죽인 점 말고, 유신을 앞장서서 주도했단 점에서)


사이고 타카모리라는 놈이 머리를 썼지


이 노래 가사, 잘 음미해보니 써먹을 데가 많다 이거야.


돌멩이가 이끼낀 바위가 되도록 만수무강할 우리 당신이 꼭 잘생긴 꽃미남일 필요는 없잖아?


살다보면 소보로빵같은 뚱뗑이한테도 좀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뭐 그런거지 원빈장동건만 만수무강하란 법 있어?




그래서 사이고 이놈이 이 노래를 좀 살짝 뜯어고쳤지, 가사를 구구절절하게 붙여서 뭔가 그 "그대"라는 걸 왕이라는 뉘앙스 팍팍 풍기게 바꾸는 작업을 한거다



그 결과


君が代は千代に八千代に 키미가요와 치요니야치요니 그대의 대가 천년만년을

さざれ石の巌となりて 사자레이시노 이와오토나리테 돌멩이가 바위가 되어

苔のむすまでうごきなく 고케노무스마데 우고키나쿠 이끼가 낄때까지 변함없이

常盤かきはにかぎりもあらじ 토키와카키하니 카기리모아라지 토키와 담벼락 꽃이 끝없이 피리


君が代は千尋の底の 키미가요와 센진노소코노 그대의 대가 천길 바닥의

さざれ石の鵜のゐる磯と 사자레이시노 우노위루이소토 작은 돌멩이까지 가마우지가 노닌 바닷가와

あらはるゝまでかぎりなき 아라하루하루마데 카기리나키 드넓은 평야의 봄이 끝나지 않게

御世の栄をほぎたてまつる 미요노에이오 호기타테마츠루 치세의 영광을 널리 받들겠습니다


에 뭐 내가 일어 프로가 아니라 대충 번역이니까 대충 알아들어라


이 이 여튼 문제가 많은 가사로 바꾼거야



을마나 무지막지하고 무시무시한 충성가가 됐냐




여튼, 사이고가 보기에 이 가사 정도면 아주 흡족한 노래가 완성된거 같으니


이걸 이제 널리 알렸지.


그리고 이걸 국가행사에 미친듯이 풍악을 울리는 용도로 썼어



스페인, 영국같은 대국들은 다 자기노래가 있는데 일본만 없던게 아쉽긴 했나본데


이제 지들딴엔 위엄있고, 폐하에 대한 충절도 있고, 만세무궁한 국가적 위상도 있는 이 "개정 기미가요"가 있으니


써먹어야될거아냐




정말 여기저기 무지막지하게 써먹기 시작한다.


메이지유신의 기조인 "천황아래 복종"과 "대 제국 일본"에 맞물려 이 노래를 식민지국가로 제정하고, 못외우면 쏴죽인다던가


반란군사형집행, 독립군토벌열병식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매일 조례시간마다 틀어준다던가 하는 문화침략의 선봉이 바로 이 기미가요다.






물론 현대의 기미가요는 핵미사일 한방 제대로 처먹은 뒤에


뒤에 세뇌가사는 다 짤라내고 오리지날 네문장만 남겨놓은 반토막노래다.



그래서 왠지 들으면 노래가 기승전결 아니고 기승전/ 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데,


기승전/ 한다고 노래 역사가 딱 잘라지는 건 아니지.


그게 잘라질거같으면 


 

 

 

 

 

 

이것들이 전부 폐지될 이유가 없지 않겠어?






현재 본토사는 일본인들 중에도 저 2절가사를 아는 놈은 많지 않다. 근 반세기 넘게 안불러졌고


일본정부에선 그랬던 과거를 교육시키지 않기 때문이지


저 가사는 그래서 그걸 정말 목숨걸고 외우고, 지겹게 듣고 산 대만과 우리나라, 오키나와에만 남은 가사다.


그래놓곤 기미가요는 원래 민요고 사랑노래니까 불러도 된다능 >_< 이지랄 하는거지













히틀러 개시키, 이토히로부미 개시키 잘 기억해놓고 살아라

 

 

 

 

3줄 요약

 

1. 기미가요는 존나 역사가 오래된 노래였다
2. 일본제국시절 윗대가리들이 노래를 씹쓰레기로 만들었다
3. 그니까 쓰지마라

 

 

 

- 개드립-  

 

'잠시 쉬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있는 세상   (0) 2014.11.05
놀라운 헝가리 기예단  (0) 2014.11.05
[HD] 클라라 언더웨어 화보 공개, '명불허전'   (0) 2014.10.28
[스크랩] 존경받고,건강해지려면  (0) 2014.10.23
당구묘기 1-4부  (0) 201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