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자분의 글을보고 글을 옮김니다.
요즘같이 인성이 부족한 자녀들을 둔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될만한 글입니다.
할아버지의 주민등록증
시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신지 몇 달 안되었을 때였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전에는 할아버지와 같이 쓰던 방이었지요.
한참 후 나온 아들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조심스레 말을 걸자 아들은 오늘 담임선생님과 이런 저런
면담을 하는 중간에 "참 너희 할아버지 돌아가겼지."하시며
환경조사서 가족란의 할아버지 이름을 두 줄로 죽 긋더랍니다.
순간 가슴 한쪽이 찌르듯이 저리고 아팠다고...
'이제는 정말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고 힘들었다면서 눈가엔 눈물이 고였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시면서
홀로 된 시아버님께서 아들과 같이 방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들이 5살 때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아들과 할아버지는 각별한 정을 쌓으며 14년을 살아왔습니다.
아들이 어릴적에는 걷어 차내는 이불을 할아버지가 주무시다가
덮어 주셨고 세월이 흘러서는 아들이 대신 할아버지께 이불을 덮어 주면서 지내왔습니다.
다투기도 했습니다
.컴퓨터게임을 많이 좋아하는 손자녀석의 공부가 걱정 돼
직장 다녀오는 저나 남편에게 고자질을 하셔서 아들을 혼나게 만드십니다.
아들은 약이 올라 할아버지를 등 뒤에서 번쩍 안아 들어올리면서
꼼짝 못하게 하면서 "제 편이 돼 주셔야죠! 할아버지가 고자질
하시면 어떻게 해요. 에잇, 나 할아버지랑 안 잘거야."
평소에는 엄한 할아버지도
"아이고, 이놈아 어지럽다."하시면서도 손자의 장난에 껄껄 웃으시며
고자질한 미안함을 푸십니다
물론 아들은 언제 심통을 부렸었나 하면서 들어가 잡니다.
아들이 점점 커서 사춘기가 되면서 홀로 되신 할아버지와
안 자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우려일 뿐이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잠이 안 오시면 불을 켜고 라디오를 틀어놓아서 아들이 잠을 설칩니다.
그 다음날 할아버지 때문에 잠 못 잤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보며
한참 자랄 아들이 푹 자지 못해 안쓰러운 마음에
"그러면 이제 네 방에서 자려무나."하면 아들은 단호히
"어떻게 그렇게 해요? 할아버지 외롭게..."
말한 내가 무색할 정도로 아들의 할아버지에 대한 정이 각별했습니다.
작년 봄에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을 때
간호사에게 부탁하기가 쑥스러우신지 손자에게
"네가 할아버지 것을 대신 치워 줄래?" 하셨을 때 아들은
쾌히 승낙하면서 싫은 내색 안 하고 치우고 닦아드렸습니다.
아버님이 입원한지 하루만에 돌아 가셨을 때
어느 누구보다도 섧게 울며 슬퍼한 사람은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은 울면서 "할아버지,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요, 너무 하셨어요."
그러면서 생각나는 게 있는지 할아버지 물건을 뒤지더니
오래 된 고장난 시계와 주민등록증을 찾아냈습니다.
그러고는 책상 앞 눈높이에 맞춰 붙여 놓았습니다.
지금은 고 3입니다.
공부하다가 잘 안 될때면 할아버지 주민등록증을 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버님과 아들이 같은 방에서 자면서
느껴진 따스한 숨결이 지금까지도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아버님은 정말 행복한 분이셨습니다.
Dust In The Wind -Kans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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