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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암 들녘에 우뚝 솟은 만물상, 월출산(`11.12.3)

산마루금 2013. 7. 9. 11:01

월출산(月出山, 809m)

 

 

산행일 : ‘11. 12. 3(토)

소재지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

산행코스 : 경포대 주차장→바람재→구정봉(왕복)→천왕봉→통천문→구름다리→천황사→천황사지구 주차장(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좋은 사람들

 

 

특징 : 조선(朝鮮) 세조 때의 시인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金時習)이 「남쪽 고을의 한 그림 가운데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 오르더라.」라고 칭송하였을 정도로 자못 그 자태가 빼어나다. 수많은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지고 있는 광경은 거대한 수석(壽石)전시장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1988년 우리나라에서 20번째로 국립공원(國立公園)으로 지정되었다.

 

 

산행들머리는 경포대 탐방지원센터

무안-광주고속도로 서광산 I.C를 빠져나와 49번 지방도를 따라 영산포까지 들어간 후, 13번 국도(國道/ 해남방향)로 바꾸어 달리다가 영암읍을 지나 월남교차로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경포대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월출산 방향으로 접어들면 먼저 월출학생야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야영장의 정문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철다리를 건너면, 등산로는 왼편에 경포대 계곡을 끼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계곡의 물소리를 벗하며 내딛는 발걸음은 상쾌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경포대계곡은 월출산의 여러 계곡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천황봉과 구정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약 2Km를 흐르는 동안,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맑은 물이 굽이치며 수많은 곡류와 폭포수를 빚어낸다. 참고로 이곳의 경포대(鏡布臺)는 같은 이름인 강릉 경포대(鏡浦臺)의 개 포(浦)가 아닌 베 포(布)자를 쓰고 있다. 곧 바위 위를 흐르는 물길이 베를 펼쳐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학생야영장 입구에서 약 400m정도 걸어 들어가면 경포대 야영장(野營場)이 나온다. 허름한 건물들 몇 동이 늘어선 야영장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은 탓인 지 인적을 느낄 수 없다. 요즘 방방곡곡에 널린 깔끔한 야영장을 생각하고 여길 찾는 다면 낭패(狼狽) 보기 십상일 듯, 여름철에 백 패킹(Back Packing) 장소로나 어울릴 것 같다. 야영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왼편에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금릉 경포대(金陵 鏡布臺)’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소로(小路)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선다. 암반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돌리며 꽤나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있다. 저 바위에 ‘금릉 경포대’라는 글귀가 적혀있단다.

 

 

산길로 접어들면 우선 하늘로 시원하게 뻗은 나무숲이 보인다. 편백나무 숲이다. 편백나무 아래로는 동백나무, 위나 아래나 온통 푸르름, 겨울의 초입인데도 이곳은 아직도 싱그러움으로 넘치고 있다. 녹색의 숲 사이를 걷다 보면 갈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성분이 심신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일상에 찌든 때를 벗겨내고 싶은가? 그럼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산으로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월출산을 찾은 것은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산은 인간에게 좋은 많은 것을 선물한다. 산의 좋은 기(氣)를 받고, 특히 침엽수림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통한 치유능력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러니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어디에 있을 손가?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이정표 : 구정봉 1.7km/ 경포대 1.0km/ 천황봉 1.9km). 오른편으로 가면 통천문을 지나 곧바로 천황봉으로 오르게 되고, 구정봉을 들러보려면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서슴없이 왼편 바람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월출산에서도 장관(壯觀)으로 소문난 구정봉을 결코 빼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람재로 오르는 산길은 물기가 없는 계곡을 여러번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길가에는 허리춤 정도로 자란 산죽(山竹)들이 가로수(街路樹) 마냥 늘어서 있다. 길가 빈 나뭇가지들 사이로 살짝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에 딸려 바위능선들이 고개를 내민다. 차곡차곡 기단(基壇)처럼 쌓인 바위들 위에 살짝 올라앉은 또 하나의 바위는 아예 서커스를 보는 것 같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요?’ 집사람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궁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긴 조금 전에 지나왔던 돌무덤을 보더라도 굴러 떨어지는 돌들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바람재 쪽으로 오르면 오를수록 사람들을 압도(壓倒)하는 기이한 바위들의 자태(姿態)가 늘어나서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언제 굴러 떨어질지 모르게 생긴 바위들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데, 바람을 갈수록 세지고 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얼마나 바람이 센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래서 바람재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바람재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가면 구정봉, 정상인 천황봉으로 가려면 왼편의 구정봉을 다녀온 후,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야한다.

 

 

 

 

 

 

 

 

구정봉을 가려면 베틀굴을 지나야 한다. 구정봉 바로 아래에 베틀굴이 있기 때문이다. 베틀굴은 일명 음굴(淫窟)이라고 부르는데, 남근석(男根石)과 반대로 여성의 성기(性器)와 비슷하다. 굴속에는 물이 고여 있지만 바닥이 흙이라서 마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샘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나 보다. 생김새는 그야말로 굴의 명칭과 판박이다. 아마 설악산 흘림골에서 만날 수 있는 여심폭포보다도 한수 위가 아닐까 싶다.

 

 

베틀굴 바로 위로 구정봉(九井峰, 705m)이 있다. 베틀굴에서 왼편에 매달린 로프를 잡고 능선으로 오르면 구정봉으로 오르게 된다. 구정봉은 커다란 바위다. 바위 위로 올라가려면 우선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구정봉에 올라서니 신기하게도 물웅덩이가 여기저기에 있다. 마르지 않는 샘. 이 웅덩이에는 전설(傳說)이 내려온다. 옥황상제께서 도술을 함부로 쓰는 동차진이란 젊은이를 아홉 번의 번개로 죽였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부족함만도 못하다는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증명하는 설화(說話)가 아닐까 싶다.

 

 

 

구정봉 정상에는 나무하나 없는 커다란 바위다. 천황봉에 구름이 걷히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집사람에게 부탁했던 기도가 약발을 받았음일까?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이었는데,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햇살까지 선물해 주시다니... 구정봉을 둘러싸고 천태만상(千態萬象)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는데, 동녘의 천황봉은 유난히도 높게만 보인다. 맞다. 저 봉우리 이름이 천황봉이니 옥황상제(天皇)님 아니겠는가? 오늘의 안전(安全)산행도 빌어볼 겸 옷깃을 여미어 본다. 자연스레 자만(自慢)과 만용(蠻勇)이 사라진다.

 

 

 

 

 

 

남근바위, 산 자체가 암릉과 암봉으로 이루어진 월출산은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바위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부러 만든다 해도 이보다 더 닮게 만들 수 있을까. 남성의 모양을 조각해 놓은 듯한 남근(男根)바위와 여성의 성기(性器)모양을 한 베틀굴은 그중 압권(壓卷)이다. 돼지머리 모습을 한 ‘돼지바위’도 있다.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봉우리들도, 구태여 닮은 것 몇 가지쯤은 쉽게 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형상으로 서 있다.

 

 

 

남근(男根)바위를 지나 천황봉으로 향하는 길은 발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다. 바위로 된 능선이 험하기도 하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주위의 빼어난 경관에 정신을 빼앗기다보면 자연스레 걷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면 구정봉 근처의 기암(奇巖)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진행방향에는 천황봉이 우뚝 솟아있다.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천황봉은 어찌나 웅장한지, 꼭대기를 기어오르는 사람들이 개미보다 더 작아 보인다. 시선(視線)을 두는 곳마다 늘어선 각양각색의 바위 군상(群像)들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으니. 여기가 바로 세외 선경(世外 仙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보는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바위들의 형상은 상상(想像) 이상이다. 문득 어느 글에서 본 ‘수석(壽石) 전시장’, ‘신의 걸작들을 모아놓은 바위조각공원’이라는 어구(語句)들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바람재를 떠나도 바람은 잘지를 모른다. 천황봉까지 가는 동안 매서운 바람을 피해 여러 번 바위틈새에서 숨을 돌려야만 했다.

 

 

 

 

 

‘도드람산 생각이 나네요.’ 아내의 말대로 도드람산에서 눈여겨 본적이 있는 ‘ㄷ'자 모형의 철근(鐵筋)을 암벽(巖壁)에 박아 계단을 만들어 놓고 있다. 철계단과 철난간을 교대로 지나면 드디어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이다.

 

 

 

 

 

천황봉 정상은 300명은 족히 둘러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표지석과 또 하나의 타원형 비석이 서있고, 지도를 동판에 새겨서 바위에 밖아 놓은 것도 두 개나 보인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펼쳐진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마치 수석 전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깝거나 멀리에 있는 산세(山勢)가 한눈에 들어오고, 우뚝 솟은 사자봉은 우람하기만 하다. 능선에는 아기자기한 바위 군상(群像)들의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하산은 천황사 방향으로 잡는다. 암봉을 돌아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通天門)을 벗어나면, 천상에서 속세로 내려다보듯, 세상이 발아래에 깔려있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한 형상의 바위들이 늘어선 암능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삼거리,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오늘 산행을 시작했던 경포대에 이르게 된다.

 

 

 

 

삼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능선을 버리고 산의 허리를 감아 돌며 이어진다. 그러다가 만나게 되는 지루한 내리막길, 자연석을 다듬지 않은 채로 쌓아 놓은 돌계단은 거칠면서도 가파르기 때문에 내려서기가 쉽지 않다. 이제나 저제나 끝나기만을 고대해보지만, 내 집사람의 연약한 무릎을 놀리기라도 하려는 듯, 돌계단은 끝날 줄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사자봉의 고개를 넘으면 이번에는 철제(鐵製)계단이 반긴다. 계단의 난간을 붙잡은 집사람의 팔에 힘줄이 돋고 있다. 그만큼 계단이 가파르게 서 있다는 얘기이다. 주변에는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나름대로의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건만 주변에 시선(視線)을 돌릴 겨를이 없다. 발밑이 이렇게 허전한데 어떻게 한 눈을 팔 수 있단 말인가?

 

 

수직에 가까운 철(鐵)계단을 내려서면 구름다리이다. 수직의 계단을 연속으로 내려가다 보면, 보기만 해도 아찔한 붉은 구름다리가 공중에 걸려 있다. 영암을 대표하는 것이 월출산이라면, 월출산을 대표하는 풍광(風光)은 구름다리다. 1978년 만들어졌고 2006년에 재시공(再施工)해 현재 2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바닥에서 다리까지의 높이가 120m이며, 구름다리가 설치된 해발고도는 510m다. 여기서 바라보는 영암 풍광은 가히 압권(壓卷)이라고 할 수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바람골을 지나 천황사 주차장으로 가게 되고, 왼편으로 진행하면 천황사를 지나 역시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왼편 천황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일찍 내려가서 산행의 피로(疲勞)를 막걸리로 달래볼 요량에서다. 그러나 내리막길은 마음먹은 대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또다시 거친 돌계단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산행날머리는 천황사지구 주차장

천황사를 지나면서 길은 차도(車道)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넓어진다. 길가는 언제 스릴을 만끽하며 산행을 즐겼냐는 듯이 고와진다. 길가에는 어른들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웃자란 시누대가 숲을 이루고 있고, 평평한 나무다리 아래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온화하게 흐르고 있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잘 가꾸어진 조각공원(彫刻公園)을 지나면 주차장이다. 시원한 맥주를 찾아 들어선 상점에서, 주인아주머니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녹아 맥주대신 ‘무화과 동동주’로 목을 축이며 산행을 접는다.

 

 

 

출처 : 가을하늘네 뜨락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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